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인질극이 발생해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2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1일 오후 9시 33분께부터 다음날 0시 25분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부근 한 제과점에서 김모(57)씨가 손님인 A(48·여)씨를 붙잡고 인질극을 벌였다. 서울 도심에서 흉기로 인질 난동이 벌어진 것은 2012년 강남구 삼성동의 백화점에서 이모(37)씨가 임신부를 상대로 벌인 묻지마식의 인질극 이후 2년만이다.
이마에 피를 흘리며 매장에 들어온 김씨는 주방에서 빵을 자를 때 쓰는 톱날형 칼 두 자루를 갖고 나온 후 A씨를 매장 안 구석으로 끌고 가 안쪽 의자에 앉힌 뒤 옆에 앉아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대며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현장에 경찰대 위기협상연구센터 등 50여명을 투입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되겠느냐. 진정하고 대화로 풀자"며 김씨를 설득했고, 다행히 2시간 50여분만에 A씨는 무사히 풀려났다. 경찰은 인질범 김씨를 체포해 강남서로 연행했다.
사건이 발생한 제과점은 반경 1㎞ 내에 압구정파출소와 신사파출소 등 두 개의 파출소를 두고 있었으나 인질극을 예방하지 못했다. 특히 압구정파출소는 제과점과 직선거리로 불과 680m 정도 떨어져 있다.
김씨는 범행에 앞서 오후 7시께 제과점에서 100m가량 떨어진 한 미장원에 모습을 드러내 돈을 요구하며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여 112 신고까지 접수도 됐지만 후속 조치가 이어지지 않았다. 특히 경찰이 지난달 24일 주택가 강·절도 등에 대해 100일간 집중단속을 펼치겠다고 밝힌지 1주일도 안돼 강남 한복판에서 인질극이 일어나 경찰을 무안하게 만들었다.
서울에서도 상대적으로 치안이 안전하다는 강남에서 인질극이 발생하자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말에 강남을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하모씨는 "다른 곳도 아니라 강남 한복판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앞으로 마음 놓고 강남 근처로 놀러 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행인 윤모씨는 "처음에는 드라마 촬영을 하는 줄 알았는데 나와보니 섬뜩했다"며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 살아서 경찰이 순찰을 많이 한다고 해도 걱정이 된다"고 걱정했다.
특히 이번 사건을 벌인 범인이 정신착란 증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2년 전 삼성동 백화점에서 일어난 묻지마식 인질극과 유사하다. 김씨는 경찰에게 "나를 죽여달라. 다른 사람들이 나를 감시·미행하는 것 같다. 정신병 치료 경험이 있고 지금도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다"며 톱날형 칼을 들이댔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이에 이번 인질극을 계기로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0시 25분께 체포된 김씨는 오전 3시까지 1차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서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