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벤처 사장의 창업일기] (8)사무실 임대료 깎고 또 깎아라!


‘처음부터 번쩍 번쩍 폼 나는 사무실에서 시끄럽게 개업식을 한 회사치고 3년을 넘기는 곳이 없더라.’

벤처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한 대표이사는 최근 술자리에서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사무실을 구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후배 여성 창업자의 하소연에 대한 속 시원한 대답이었습니다. 창업은 참 힘든 과정의 연속입니다. 제한된 자금으로 최대의 효과를 올려야 하는 탓에 ‘싼 가격에 좋은 사무실’ 얻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은 제 값을 하기 마련. 싸면서 좋은 곳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현장에서 발품을 팔아가면서 체득한 선배들의 노하우를 이 자리에서 풀어놓을까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무조건 싼 곳에서 시작하고 그 가격도 깎고 또 깎아야 한다는 게 정답입니다.

◇재택창업에서 시작해 공동사무실로 확장하라

사실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집에서 일을 벌였다는 창업가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도 처음에 법인을 설립하기 전에 6개월 가량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시작했습니다. 일종의 창업 사전 단계로 법인을 설립하기 전 필요한 작업을 집에서 진행한 것입니다. 법인은 설립되지 않았지만 그에 앞서 해야 할 일들이 무척 많습니다. 번듯한 사무실에서 창업을 준비하면 좋겠지만, 임대료와 부대비용을 벤처 초기에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재택 창업으로 사전 준비운동을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법인 설립을 위해서는 반드시 사업장 주소지가 있어야 합니다. 법인을 설립하는데 당연히 필요한 요건입니다. 최소한의 사업 공간이 없는 상황에서 법인을 내는 것은 여러 가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직원을 채용하는 문제도 그렇고 생활공간과 업무 공간이 분리되지 않은 채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할 수 없는 탓입니다.

주변에 사업을 하는 지인이 있다면 사무실 공간의 한 곳에서 더부살이로 시작하는 게 가장 영리한 창업이라고 선배들은 조언합니다. 물론 그런 행운을 얻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이렇게 창업을 하는 초기 사업가들은 사업 공간만 빌려 쓰는 게 아닙니다. 가까운 곳에서 선배 사장에게 크고 작은 멘토링을 받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입니다.

그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보통 소호 사무실이라고 부르는 공동사무실을 얻는 게 일반적인 수순입니다. 자본금이 넉넉한 업체라면 그럴 필요가 없지만 저희 같은 벤처기업은 시작은 정말 작고 소박하게 하는 게 옳습니다. 공동사무실을 사용하면 불편한 점도 있지만 장점이 한 두 개가 아닙니다.

일반 사무실을 얻게 되면 보증금이 필요해 초기에 목돈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공동사무실은 보증금 없이 월세 임대료(관리비 포함)만 부담하면 됩니다. 여기에 책상과 의자, 복합기 등과 같은 사무용 집기도 구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창업 초기에는 회사의 잡무를 맡아서 할 비서나 사무 보조를 따로 채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공동사무실에서는 문서수발과 우편업무 등과 같은 간단한 사무보조를 도와주는 직원이 있기 때문에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사무실을 옮길 때 보증금이 없기 때문에 좀 더 쉽고 편리하게 ‘방을 뺄 수’ 있기도 합니다.

◇모든 건물의 1층엔 관리 사무실이 있다. 직접 임대료를 흥정하라

사업을 확장하다보면 공동사무실에서 이사해야 할 타이밍이 옵니다. 직원을 채용해서 공간이 좁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소호 사무실에서 넓혀서 사용하는 대표들도 있지만 이제 작은 둥지를 떠나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을 때가 온 것입니다.

벤처사업의 경우 오피스 건물보다는 오피스텔이 더 바람직합니다. 다른 업종과 달리 벤처는 밤늦게 일하기 십상이고 새벽에 간이용 침대를 깔고 잠을 자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벤처기업이 오피스텔에서 벤처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저희도 소호 사무실을 나와서 바로 오피스로 옮기지 않고 오피스텔을 선택했습니다. 오피스텔은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오피스보다 저렴하고 주거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피스가 값은 비싸도 장소가 더 넓고 사무 공간을 넉넉히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초기 벤처에게는 오피스텔도 충분합니다.

문제는 오피스텔이나 오피스 사무실을 얻기 위한 노하우를 모른다는데 있습니다. 대부분 부동산 중개업체를 통해서 물건을 알아봅니다. 그러나 저는 시간이 있다면 직접 발로 뛰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우선 원하는 지역을 물색한 뒤 그 곳에 있는 부동산 업체를 찾을 게 아니라, 해당 건물과 오피스텔을 리스트로 뽑아 놓고 직접 현장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모든 건물에는 1층(또는 2층)에 관리소 사무실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건물의 사무실을 관리하는 책임자가 있는데 빈 사무실이 있는지, 가격 등은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부동산 중개업체를 통하게 되면 중개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이 비용이 생각보다 적지 않습니다. 더욱이 부동산 업체를 통하지 않으면 건물주 측에서도 중개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약간의 비용을 할인해주기도 합니다.

벤처 창업가 A씨는 “건물 관리인을 직접 만나서 임대료를 협상하게 되면 단돈 몇 만원이라도 깎을 수 있다”며 “한 달에 10만원만 줄여도 1년이면 120만원을 줄일 수 있고 부동산 복비도 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발로 뛰면서 사무실을 얻어 본 경영자와 부동산에서 내어주는 물건만 보고 이사를 다닌 경영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공’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부동산을 보는 안목이 생길 뿐 아니라 비즈니스 거래에서 협상 노하우가 쌓이게 되는 이유입니다. 벤처는 부끄러울 게 없습니다. 저 역시 사무실을 얻을 때 서울디지털단지가 있는 구로동 거리를 헤집고 다녔습니다.

◇중과세 제외지역에서 동종 업체가 모인 곳을 찾는다

법인을 설립할 때 신경써야할 것은 바로 법인 설립 시 내야 하는 등록세입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인천광역시, 경기도 등은 과밀억제권역으로 법인 등록세를 3배 부여합니다. 하지만 등록세 중과를 면제하는 예외지역이 있으니 바로 가산동과 구로동 일대의 서울디지털단지 1, 2, 3단지가 그곳입니다. 이런 지역에서 법인을 등록하게 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리 잘 알고 활용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아무리 세제 혜택이 있다고 해도 창업자 본인의 아이템과 동떨어진 업종이 모여 있는 곳은 창업 공간으로 좋지 못합니다. 유유상종. 결국 끼리끼리 모여야 시너지 효과를 올릴 수 있습니다. 하청업체나 협력 업체와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야 하는 탓입니다.

이러한 조건 못지않게 실질적으로 중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점심과 저녁 식사를 저렴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구내식당’과 같은 곳이 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매일 점심, 저녁을 해결해야 하는데 메뉴 선택의 폭이 적고 값도 비싸다면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디지털단지와 같은 벤처 타운에는 크고 작은 사설 ‘구내식당’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강남과 강북은 물론 가까운 수도권에 출장을 갈 수 있기 때문에 교통 여건도 미리 따져본 뒤에 사무실을 얻어야 낭패를 면할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이나 대학교 등에서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나 인큐베이팅 공간이 있습니다. 이러한 곳도 자신의 조건과 상황에 맞게 합리적으로 따져본 뒤 사무실 공간을 얻는 게 좋습니다. 다만, 이런 공간이라고 해서 무조건 공짜는 아닙니다. 일정 비용을 지불하는 게 일반적이며 나이와 조건에 따라서 제한을 받기 때문에 꼼꼼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창업에서 불필요한 장애물은 남의 눈을 의식하는 것입니다. 체면을 차리려고 자기 분수를 모르고 외형에 신경 썼다가는 창업 후 3년은 고사하고 1년도 버티기 힘듭니다. 성공한 많은 사업가들은 ‘차입금 없이’ 경영하기 위해 헝그리 정신으로 거대 기업을 일으켰습니다. 그 바탕에는 바로 타인의 이목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당당한 배포와 자신감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지금 창업을 결심했다면 초라한 사무실에서 시작해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국내 가치투자 전문가로 유명한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이사는 “처음에 초라하게 시작하는 일은 당연히 부끄러울 게 없습니다”며 “초기에 고정비용을 줄이는 게 매출을 일으키는 것보다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고 일갈했습니다. 정말로 가치투자 전문가다운 조언입니다. 당신이 초보 창업가라면 외형보다는 내실을 위해 당장 사무실을 찾으러 거리로 나갈 때입니다. 초기 사무실은 작을수록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안길수 벤처사업가. (주)인사이트컴퍼니 대표이사. ceo@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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