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시대정신'이 대체 뭐길래…

여야 주자 '복지' '평화'등 선점 경쟁…독주 박근혜 견제

유권자의 차기 대통령 선출 기준인 이른바 '시대정신'을 놓고 여야 대권주자들 간 선점 경쟁의 막이 올랐다. 여야 주자들은 각각 독자적인 캐릭터와 사회적 담론을 결합한 차별적 슬로건을 적극적으로 제시, 차기 대통령의 자격과 능력에 부합한 자신만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거나 상대 주자를 깎아내리는 무기로 활용한다. 대권주자 경쟁에서 독주양상을 보이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최근 '한국형 복지'를 표방하며 '대세론'을 확산시켜나가자 박 전 대표와 경쟁관계에 있는 주자들의 견제가 만만찮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은 "박 전 대표에게 무슨 시대정신이 있느냐"면서 박 전 대표의 복지론을 비판했다. 특히 손 대표는 최근 "박 전 대표는 시대정신과 맞지 않다"며 "지금 박 전 대표가 복지를 얘기하는데 이는 진보개혁세력에 절대 유리한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야당은 물론 박 전 대표까지 겨냥, '포퓰리즘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정동영ㆍ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은 각각 '복지ㆍ평화'와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하며 본격적인 대권행보 채비에 들어갔다.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도 박 전 대표의 복지론 제시와 관련, "늦었지만 잘했다고 본다"고 평가하면서도 "참여정부에서 만든 정책이 많이 포함됐는데 레퍼런스(참고)했다는 것을 밝혔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경쟁 대권주자들이 이처럼 박 전 대표의 시대정신과 정책담론을 잇따라 문제 삼자 박 전 대표 측도 맞대응에 나섰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김재원 전 의원은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가) 시대정신을 앞서가고 첨단에 서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과연 어떤 의미에서 맞지 않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김 전 의원은 "지금의 시대정신을 돌아본다면 민주화 이후 선진화에 이어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복지 국가 논쟁이 시대정신의 한 흐름"이라며 "당 대표 시절 당내 선진화에 앞장섰고 경선 승복으로 민주주의를 완성한 전력도 있다"며 박 전 대표 비판에 반박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지금 야당에 대한 시대정신이라면 야당 통합 아니겠냐"라며 "비슷한 정치세력끼리 통합되지 않는 것도 야권 지도자 몇 명의 생각 때문 아닌가"라고 역공하기도 했다. 대선주자들이 시대정신에 신경 쓰는 이유는 이를 통해 선거전에서 대세를 굳힐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전의 프레임을 하나로 고정시켜 선거전을 주도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시대정신을 강조하는 게 적합하다는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화',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화적 정권교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갈등 극복'이라는 시대정신에 들어맞아 당선됐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도 중도실용 정부를 표방하며 경제와 선진화를 강조한 점이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모아 대통령직에 오를 수 있는 기반이었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