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대통령 공식 선거운동 전 2013년도 예산안 처리' 방침을 사실상 어길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은 '문재인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며 예산안 처리를 대선 이후로 늦추겠다는 생각이 강하고 새누리당 역시 예산안 처리 시한에 큰 욕심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2일 계수조정소위 구성에 대한 여야 간 이견으로 이날 계획한 회의조차 열지 않았다. 내년 예산안의 구체적인 증감액을 결정하는 기구인 계수조정소위에서 비교섭단체 몫에 전원 통합진보당을 넣어달라는 민주통합당의 요구를 새누리당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른바 '종북 논란'을 일으킨 의원을 계수조정소위에 참여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야는 오는 22일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합의한 바 있다. 산술적으로 15일까지 계수조정소위를 구성하지 않으면 최소 닷새 이상이 걸리는 예결위의 심의ㆍ의결을 22일 본회의 전까지 마치기 어려워진다.
표면적인 이견 외에 여야의 속내는 더욱 복잡하다. 일단 예산안 처리가 일찍 끝나면 여야 원내지도부의 역할이 모호해진다. 특히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체제에 대한 반발이 계속되는 민주통합당에서는 현 지도 체제를 유지하는 쪽에서 예산안 처리가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그동안 박근혜 대선 후보가 공약한 예산을 정부와 상당 부분 협의해 반영한 반면 민주통합당은 그러지 못한 점도 예산안 처리를 미루는 요인이다. 국회 예결위 관계자는 "반값등록금 예산도 박 후보 측의 내용은 들어 있지만 문 후보 공약은 거의 없고 의료ㆍ복지 등 대표적인 공약이 대부분 박 후보 위주"라고 전했다. 문 후보가 이날 열린 '문재인 정부 예산 및 입법과제 점검회의'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내년 예산에 12조원을 확보해달라"고 의원들에게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역시 느긋하다. 이미 상당 부분 반영돼 있고 대선 이후로 논의를 늦추더라도 변동폭이 3조여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야권 단일후보의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17대 대선 당시 야당이던 새누리당은 승리를 자신하고 대선 이후로 예산안 처리를 늦추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국회가 예산을 늘릴 수 없는 법 규정 때문에 상당 부분의 예산은 이듬해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집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