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용헬기 선정 앞두고 '괴소문'
"부시 대통령 압력받아 미국 업체 이미 선정" 나돌아
한국이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대통령 전용헬기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압력을 받아 미국 업체를 헬기 공급업체로 이미 결정했다는 내용의 괴소문이 나돌아 2일 군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한국 공군이 차기 대통령지휘헬기(VH-X) 3대를 공급할 사업자로 미국 시콜스키사를 최근 선정했으며 이는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한결과라는 내용의 e-메일이 언론사와 군 당국에 무더기로 발송되고 있다.
미국 헬기 내장 전문업체인 `헤리티지 에비에이션사'의 명의로 작성된 이 메일에는 "한국 공군이 대통령 전용기로 시콜스키사의 S-92를 결정했다. 노 대통령이 안락한 비행을 할 수 있도록 미세한 부분까지 고급으로 설계됐다"고 적혀있다.
또, 메일에는 "헬기는 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은 2006년 말까지 인도될 것이다. 1억500만달러 규모의 이 계약은 국방부와 노무현 대통령의 재가를 남겨두고 있지만 한국 공군에서는 이미 결정됐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최근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아셈회의에서 노 대통령에게 푸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국 공군의 결정은 노 대통령이 칠레에서 귀국한 직후 이뤄졌다"며 미국의 압력설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와 공군은 아직까지 기종 결정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e-메일의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공군 관계자는 "당초 VH-X 사업자를 지난달 말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노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고려해 기종 결정을 보류했다. 아마 이달 중순쯤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의 압력을 받아 미국측 헬기를 선정했다는 주장은 특정 업체에 불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의도에서 경쟁업체로부터 나온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원장환 국방부 획득정책관도 "노 대통령이 귀국한 뒤 기종이 결정될 예정이다.
헬기 공급업체로 시콜스키가 선정됐다는 e-메일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이번 e-메일은 음해성 투서의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지휘헬기 도입사업은 1991년 도입된 미국 시콜스키의 VH-60 헬기가 교환주기(10년)를 넘김에 따라 1천275억원을 들여 새 기종으로 교체하는 사업으로 시콜스키의 S-92와 영국ㆍ이탈리아 합작사의 EH-101이 그동안 치열한 각축을 벌여왔다.
이들 2개 기종은 각종 무기로부터 스스로 방어하는데 필요한 ▲ 레이더 경보수신기 ▲ 적외선 방해장치 ▲ 미사일추적 기만 장치 등을 갖추도록 한 군 요구성능(ROC)을 통과했다.
한편 국방부에서는 최근 기존의 대통령 전용 헬기를 보수하면 상당기간 더 탈수 있는 만큼 거액이 소요되는 VH-X 사업을 당분간 연기하자는 일부 의견이 제시돼 사업추진 여부를 놓고 내부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입력시간 : 2004/12/02 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