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9년 7월 20일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에 탑승한 에드윈 올드린과 성조기. 40년이 지난 지금, 금융 위기로 미국의 우주탐사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나사=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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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향하던 인류의 발길을 금융위기가 가로막다.
15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차례의 발사만 남긴 우주왕복선이 내년말 퇴역할 예정이지만 우주탐사에 사용될 차기 우주선(발사체 아레스, 탑재체 오리온)이 제대로 개발될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그동안 조지 W 부시 정권의 강력한 지원 아래 공격적인 우주 탐사에 나섰지만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고 금융 위기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버락 오마바 대통령은 전임자에 비해 우주 개발에 대한 열의가 약한데다 행정부 내에서는 경기 침체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록히드마틴의 전직 최고경영자(CEO)인 노먼 오거스틴이 이끄는 독립위원회를 구성, 나사가 추진중인 유인 우주탐사 프로그램의 타당성을 검토하도록 했다. 위원회는 오는 8월 최종 보고서를 내놓는다.
오거스틴은 "우리 관심사는 그 동안 얼마를 썼느냐가 아니라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느냐는 것"이라며 보고서가 우호적이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매년 186억 달러의 예산을 집행하는 나사는 우주왕복선을 퇴역시키면 매년 30억 달러의 예산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차기 우주선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할 수 없다. 정부의 추가적인 예산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나사가 설령 정부로부터 예산을 충분히 지원받아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차기 우주선 개발이 5년 후에나 마무리될 예정이어서, 이 기간에는 숙적이나 다름없는 러시아의 소유주 우주선을 한번에 5,100만 달러를 내고 빌려 써야 할 처지다. 1950년대 첫 등장한 소유주 우주선은 안정성과 비용측면에서 우주왕복선보다 월등히 우수한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
우주 개발요원들에 대한 감원압박도 거세다. 우주왕복선 개발에 참여하는 유나이티드 스페이스 얼라이언스는 올해 말까지 케네디우주센터에서 250명, 휴스턴에서 15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나사 역시 5%의 인력감축에 나섰다.
내년 말 완공되는 국제우주정거장(ISS)도 애물단지가 될 처지다. 미국을 비롯한 참여국들은 ISS를 만드는 데 1,000억 달러를 투입했다. 하지만 완공 후 5년 만인 2016년에는 임무를 마치고 태평양에 추락시킬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그 동안 투자된 비용을 감안해 ISS를 2020년대 후반까지 가동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단지 과학실험과 언제가 될 지 모를 화성 탐사 전진지지로 사용하기 위해 매년 수십억 달러의 추가비용을 들이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30년 화성에 인류를 보내는 것은 더욱 요원하다. FT는 나사가 처한 이 같은 위기를 차치하더라고 몇 달이 걸리는 우주여행에 과연 어떤 우주인이 탑승하겠다고 나서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