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 재팬머니 전철 밟을까

증시 고공행진^·무차별 기업사냥 등
"거품붕괴 직전 日과 닮은꼴" 지적
"中경제 상승세 지속될 것" 전망도

제조업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차이나 머니'가 전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20년전인 1980년대 세계 제조업을 석권하다가 장기불황에 빠진 '저팬 머니'의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등 구미 언론들은 "중국은 거품붕괴 직전의 일본과 닮은 꼴"이라는 지적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거품논란에 휩싸인 중국경제는 일본과 같은 길을 걸을까, 아니면 '무착륙' 고공비행을 계속할까. 중국증시와 당시 일본증시도 비교대상이다. 중국 증시는 금리인상을 포함한 잇따른 긴축 조치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몸집을 크게 불려 현재 홍콩을 포함한 중국 주식시장 규모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부상했다. 일본의 경우엔 버블 붕괴 직전인 지난 1989년 말 일본 주식시장의 달러 기준 가치는 미국 주식시장의 두 배에 달했다. 전세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인 '기업사냥'도 현재의 중국과 과거의 일본이 닮은 꼴이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강한 엔화와 막대한 자산을 배경으로 기업 사냥에 나서 뉴욕 맨해튼의 록펠러센터, 미국을 상징하는 컬럼비아 영화사, MGM 등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 페블비치 골프장 등을 마구 사들여 미국에서 '일본 위협론'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차이나 머니'는 레노버가 IBM의 PC 사업부를 인수한 것 비롯해 중국 자본은 영국 3위 은행 바클레이즈,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지분도 사들였고, 최근에는 중국 공상은행이 55억 달러에 아프리카 최대규모의 은행인 스탠더드뱅크그룹 지분 20%를 인수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국영 해양석유공사(CNOOC)가 미국 정유업체 유노칼 인수를 추진하다가 미국 의회의 '중국 위협론' 저항에 부딪혀 기업사냥에 실패하기도 했다. 1980년대 최절정을 누렸던 일본 경제는 뉴욕 주식시장이 급락했던 지난 1987년의 '블랙 먼데이'도 무난히 버텨냈지만 3년 후 일본 경제의 거품은 본격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중국은 최근 전세계를 강타한 미국의 서브프라임발(發) 신용 위기에도 불구하고 상하이증시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 2년후, 3년후에도 중국경제와 증시는 계속 고공비행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싱가포르 소재 커먼웰스 프라이빗 뱅크의 레슬리 팡 투자전략가는 "중국 증시는 거대한 거품으로 모아지고 있는 양상"이라며 "중국기업 주식은 환상 속에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뉴욕 소재 비랜드 인터레스트의 짐 로저스 회장은 "중국이 가장 활력적인 경제 주체 가운데 하나"라면서 "시장은 이에 중국의 향후 성장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엇갈린 견해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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