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파워' 美서 빛난다

이민자들 의류·신발·가발사업으로 성공미 뉴저지주 공장 지대인 시코커스의 제프리 앨런사에는 한국 여성들이 컴퓨터 앞에서 옷을 디자인하고 신발 견본을 다듬는다. 이 회사의 직원 50명중 35명이 미국에 이민 온 한국 사람들이다. 이 회사는 신발에서는 '페리 엘리스(Perry Ellis)', 의류에서는 '에코 펑션(Ecko Fuction)'이라는 브랜드의 상품을 만들어 뉴욕 맨해튼에 있는 가게에 내놓는다. 여성 의류인 '에코 레드(Ecko Red)'의 경우 젊은이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월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딸 바바라 부시가 친구들과 함께 뉴욕을 방문해 에코 가게에 들러 물건을 대량 구매했다는 것이 뉴욕 현지 언론에 화제가 됐을 정도다. 의류, 신발, 가발 산업은 한국에서 사양산업으로 천대 받고 있지만, 미국으로 건너온 한국 이민자들은 글로벌 경제 조류에 맞춰 이 분야에서 성공, '코리안 파워'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경공업이 중국과 동남아의 저가 공세에 밀려 경쟁력을 잃었지만, 미국에서는 거대 시장을 안고 있는 장점을 활용, 생산 주문을 아시아 국가에 하고 디자인과 판매에 전담하는 새로운 패턴의 경영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글로벌 기업인 나이키와 갭 등이 생산 공장을 하나도 갖지 않은 채, 아시아ㆍ중남미 등에 브랜드 제품을 주문 생산해 판매하는 방식을 한국 이민자들이 도입, 주류 사회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죠프리 앨런의 이기영 회장은 지난 79년 한국의 원림 무역의 주재원으로 미국에 건너온후 눌러앉아 가죽 제품 등을 판매하다가 자기 브랜드를 개발한 케이스. 연간 매출이 7,000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한국에 주문ㆍ생산한 물건을 패션의 본고장인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판매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또 김대원 사장이 이끄는 위키드 패션은 '사우스폴(South Pole)'이란 남성의류 브랜드로 흑인과 히스패닉 시장을 파고들어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경기가 좋지 않은 여건에서도 지난해보다 50% 늘어난 1억5,000만 달러에 달하고 있다. 내년에도 보수적으로 잡아 2억 달러를 할 것이라고 김사장은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에서 한인들에 의해 남성 캐주얼 상품을 자체개발, 디자인하고 있으며, 제품은 주로 한국과 중국, 인도네시아에서 주문생산하며, 역으로 서울에도 매장을 열고 있다. 이민자의 기업이 한국 수출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무역의 날에 산업자원부 장관상을 타기도 했다. 지난 91년에 설립된 뷰티 플러스사는 미국내 가발 시장을 10% 정도 점유하고 있는 가발회사로 미국에서 처음으로 인모 제품인 '유니섹스 위기(Unisex Wig)'를 개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서 공직과 기업체에서 근무하다 이민온 이 회사의 이창무 회장은 "주요 고객인 흑인들에게는 가발을 개발한 것이 성장 요인"이라며 한국산 가발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예상매출은 4,000만 달러. 뉴욕 인근에는 의류, 신발, 가발, 모자등에서 자가 브랜드를 개발해 한국등 아시아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시장에 판매하고 있는 기업들이 10여개에 이르고 있다. 아직 중소기업 영역에 머물고 있지만, 한때 섬유왕국이었던 한국의 후예들이 미국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반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기업으로 삼성물산이 미국 현지에서 흑인을 겨냥한 '후부(Fubu)'라는 독자브랜드를 개발,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한국의 섬유 및 신발 산업이 가야 할 길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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