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극복 오는 20일 학사모 “신체장애, 공부 걸림돌 안돼요”

“저의 장애는 눈이 나쁜 사람이 안경을 끼는 것하고 같아요. 실력만 있으면 안 될 게 없잖아요” 뇌성마비 1급의 중증 장애를 이기고 우수한 성적으로 학사모를 쓰게 된 박지효(24)씨는 8일 `뇌성마비 때문에 대학생활이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얼굴이지만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오는 20일 한양대 전기전자공학부를 졸업하는 박씨는 평점이 4.5점 만점에 3.88점으로, 정상적인 학생과 견주어 봐도 상당히 우수한 성적이다. 하지만 박씨에게 대학생활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한양대측은 몸이 불편한 박씨를 위해 강의실을 1층으로 모두 옮겨주는 등 세심한 배려를 해줬지만 공부마저 대신해 주지는 못했다. 강의시간에 출석을 불러도 대답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결석으로 처리되기 일쑤였고 각종 공식과 그래프를 빠르게 필기 해야 하는 공학공부는 팔과 손가락이 자유롭지 못한 박씨에게는 큰 장애물이었다. 필기를 하지 못한 박씨는 교수들의 강의를 들어 암기해야만 했다. 복잡한 공식은 한 번도 직접 써보지 못한 채 수십 번을 머릿 속으로 되뇌면서 이해하려고 애를 썼다. 또 계산기를 이용해야만 하는 전공시간도 손가락 하나만을 겨우 움직여 계산기자판을 하나씩 눌러가며 힘겨운 `투쟁`을 했다. 평상시라면 천천히 다시 시작하면 됐지만 시간이 정해진 시험시간에는 교수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시간을 배 정도 늘여줬는데도 몸이 불편한 박씨는 조급한 마음에 속이 새까맣게 타 들어 가기도 했다. 컴퓨터로 리포트를 내는 날이면 손가락 하나로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밤을 까맣게 새면서 리포트를 쓰기도 했다. 그는 “2학년 때부터는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 다행히 교수님들이 도와주셨고 학교에서도 4년 장학금을 줘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재철기자 humming@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