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 컸나 … 페이스 잃은 이승훈

스피드스케이팅 男 5000m 12위로 골인 메달사냥 실패

이승훈(26·대한항공·사진)이 2014소치동계올림픽 남자 5,000m 경기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상대편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자기 페이스를 잃은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승훈은 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아레나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경기에서 6분25초61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전체 선수 26명 가운데 12위에 그쳤다. 이승훈의 이날 기록은 지난 2010년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캐나다 밴쿠버동계올림픽 성적(6분16초95)에 크게 못 미쳤다. 이날 우승을 차지한 스벤 크라르머(네덜란드·6분10초76)의 기록과는 15초 이상 차이가 났다.

이승훈은 이날 기복이 심한 레이스를 펼쳤다. 마지막 13조의 아웃코스에서 출발한 이승훈은 다소 느리게 초반 레이스를 펼쳤다. 800∼1,200m 구간을 29초71만에 통과하며 가속도를 붙였지만 다음 바퀴에서 30초02로 다시 느려졌다. 다음 두 바퀴를 각각 29초86, 29초96 만에 통과했지만 마지막 세 바퀴에서 31∼32초대로 기대에 못 미쳤다.

이승훈은 자기 페이스를 잃으면서 전략대로 경기를 이끌지 못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파트리크 베케르트(독일)와 함께 레이스를 펼치면서 상대편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베케르트는 예상외로 이승훈에 뒤지지 않는 실력을 뽐냈고 이승훈이 이에 따라 속도조절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관규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는 "자신보다 뒤처진다고 생각했던 옆 선수가 계속 레이스를 이끌면서 이승훈이 급격히 긴장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조에 편성돼 우승후보들의 성적을 모두 보고 레이스에 나선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강력한 우승후보인 크라르머가 6분10초76의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하며 압도적인 선두로 올라섰고 이승훈과 2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된 요릿 베르흐스마의 성적(6분16초66)도 나쁘지 않았다. 또 '복병' 얀 블록하위선(네덜란드)이 6분15초71를 기록해 2위에 올라섰던 만큼 이승훈은 베르흐스마의 성적을 반드시 넘어서야 했다.

경기를 마친 이승훈은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황급히 공동취재구역을 떠났다. 하지만 이승훈의 도전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1만m 경기에 오는 18일 출전해 올림픽 2연패를 노린다. 이승훈이 이번 대회 5,000m 결과를 거울삼아 자기 페이스대로 경기를 이끈다면 충분히 메달을 목에 걸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승훈과 함께 남자 5,000m에 출전한 기대주 김철민(22·한국체대)은 6분37초28의 기록으로 24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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