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12월 1일] 두바이 사태, 신용붕괴와 거품형성의 악순환

두바이의 국영회사 '두바이월드'의 신용붕괴 문제는 전세계 금융시장에 새로운 위협을 가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또 다른 경제위기의 조짐이 아니라 지난해 발생한 신용위기 와중에 생긴 하나의 에피소드 정도로 여겨져 다소 안심은 된다. 서브프라임모기지와 씨티그룹의 구조화투자회사(SIV) 부실 문제처럼 두바이의 빚잔치도 멀게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주도하는 글로벌 신용완화 때문에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 석유자원이 별로 없는 중동 변방의 도시국가인 두바이는 수년 전부터 빚을 끌어들여 '제2의 싱가포르'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해왔다. 실제 두바이는 한때 급속한 발전을 보이면서 유망한 중계무역 지대로 떠올라 투자자들을 중동으로 끌어모으는 교두보가 됐다. 중동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두바이의 글로벌 자본과 인력에 대한 개방성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폐쇄성보다 더 나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두바이가 글로벌 유동성 거품에 흥분해 휩쓸린 것은 분명하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콘도에 비교될 만큼 올라 거품을 키웠다. 두바이월드가 지난 11월25일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를 선언하자 투자자들은 즉시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우려하며 안전자산으로 도피했다. 금ㆍ원유ㆍ주가가 모두 떨어졌지만 약세를 이어가던 달러는 유독 올랐다. 두바이월드의 채권자들을 제외한 그 누구도 모라토리엄 선언이 누구를 해칠지 아직 알 수 없을 것이다. 유럽 은행들은 두바이를 포함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전체에 총 840억달러의 채권이 위험에 노출(익스포저)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은행들은 이보다는 위험이 덜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주식시장은 3월 들어 눈부실 정도의 회복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이번 두바이 사태로 경제회복에 대한 무분별한 장밋빛 전망은 더 무력해졌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또한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 같다는 점에서 아이로니컬하다. 특히 금리인상을 고려하던 FRB는 새로운 신용붕괴를 막고자 유동성 마개를 계속 열어둘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그러나 급증하는 유동성은 단기적으로 금과 같은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에 동시에 몰려 글로벌 시장에 버블을 키울 것이다. 유동성 급증은 장기적으로도 언젠가 통화팽창이 끝날 수밖에 없을 때 또 다른 위기를 야기하는 잠재적 위험 요소가 될 것이다. 신용붕괴를 막기 위해 신용을 증가시키면 새로운 위기를 잉태하게 되리라는 점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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