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이력추적제' 22일부터 도축~유통 확대 시행 일부 영세상인 "비용 부담… 정부 지원 필요"
입력 2009.06.15 18:30:00수정
2009.06.15 18:30:00
쇠고기이력추적제가 오는 22일부터 전면 시행되는 것을 앞두고 쇠고기 도소매업체와 유통업계가 막바지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재래시장이나 동네 정육점의 일부 영세 상인들은 이력추적제의 복잡한 절차와 과도한 비용 부담 등을 우려하며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해 12월부터 사육단계에만 시행되던 쇠고기이력추적제는 앞으로 도축ㆍ포장처리ㆍ판매 등 유통단계에까지 확대 시행된다. 이에 따라 포장처리 단계에서는 부위별로 포장된 부분육에 개체식별번호가 표시된 라벨을 부착해야 하고 판매업소에서도 진열대에 식별번호를 게시하거나 포장육에 식별번호가 표시된 라벨을 붙여 판매해야 한다.
15일 국내 최대 축산시장인 마장동 축산물시장의 상인들은 이력추적제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지원 미비와 추가적인 비용 부담에 불만을 나타냈다.
한우 도매전문업체인 효창의 박천옥 상무는 "개체별ㆍ부위별 라벨 부착 등 추가되는 작업이 많기 때문에 직원도 한두 명 더 써야 해 하루 평균 작업비용만 30만원이 더 나갈 것"이라며 "제도 시행을 위해 갖춰야 할 전자저울도 300만~400만원 정도 하는데 지급된 보조금은 고작 30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마장동에서 15년째 쇠고기 소매상을 운영하는 송경희(61)씨도 "우리 같이 조금씩 떼어다 판매하는 상인들이 라벨이니 뭐니 하는 그런 복잡한 절차를 어떻게 하겠느냐"며 "가뜩이나 불경기라 장사도 안 되는데 당장 단속에 걸리면 벌금을 물린다고 하니 상인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쇠고기이력추적제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있다. 쇠고기 소매상을 운영하는 김창현(31)씨는 "이력추적제가 전자 시스템을 통해 처리된다고 해도 어차피 소매점에서 식별번호를 입력하고 라벨을 붙이는 작업은 결국 수작업이라 그때 생기는 실수도 많을 것으로 본다"며 "이력제 자체가 완벽하게 소비자 신뢰를 보장해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력추적제가 다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충무로에서 슈퍼마켓 겸 정육점을 운영하는 윤종인(45)씨는 "제도대로 따라서 하려면 여러 가지 복잡하고 불편한 사항이 생기겠지만 소비자 입장을 생각하면 제도를 운영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림수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는 상인들의 불만이 있지만 정부가 새 제도를 도입하면서 민간업체에 예산을 지원한 사례는 없다"며 "인건비 부담도 늘어나겠지만 시장의 신뢰가 쌓이면 결국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쇠고기이력추적제 전면 시행 이후 초기 계도기간을 둘지 아니면 당장 단속에 나설지를 조만간 결정할 계획이다.
한편 이마트ㆍ홈플러스ㆍ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대부분 이력추적제에 대한 준비를 끝내고 이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8일부터 전 점포의 모든 한우에 생산이력제를 도입했으며 홈플러스도 이달부터 모든 쇠고기 제품을 바코드로 관리해 이력을 추적하고 있다.
◇쇠고기이력추적제= 소에게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하는 개체식별번호를 부여하고 출생에서부터 도축ㆍ가공ㆍ판매에 이르기까지 각종 정보와 이동경로를 기록ㆍ관리하는 제도다. 쇠고기의 위생이나 안전에 문제가 있을 경우 그 이력을 추적해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마련됐다. 개체식별번호를 표시하지 않거나 거래실적을 기록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태료 등이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