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출구전략 시행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은 물론 영국ㆍ독일 등 다른 선진국들의 국채 가격이 연쇄적으로 급락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준이 양적완화를 축소할 경우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미국 국채 값 하락을 부채질하고 이 같은 현상이 주요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5월 한달 동안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가격은 1.8% 하락해 2009년 12월 이후 약 3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또 같은 기간 영국과 독일 국채 값도 2.2%, 1.5% 떨어졌다.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수익률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달 31일 영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월 이후 처음으로 2%를 돌파했다. 또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달 29일 1.55%로 3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내는 등 최근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주 프랑스와 벨기에의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각각 0.13%포인트, 0.14%포인트 오르는 등 선진국 국채 매도세가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채시장 불안의 진원지인 미국 역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23%까지 뛰며 약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 영향으로 미국 국채에 적극 투자해온 '채권왕' 빌 그로스가 운용하는 핌코토털리턴펀드의 5월 수익률은 2008년 9월 이래 최악인 -1.9%로 떨어졌다.
미국 국채의 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채선물 매도에 나서는 헤지펀드들도 급증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선물 및 옵션 거래량이 590만건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블룸버그가 전문가 7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연말까지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전망치 중간값이 2.20%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오는 7일(현지시간) 발표되는 미국의 5월 실업률 등 주요 경제지표가 뚜렷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날 경우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에 더욱 힘이 실리면서 국채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