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월 10일] 재정운용 과제는 세출 구조조정

어제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재정전략회의에서 앞으로 중기 재정운용의 우선과제를 재정건전성 및 재정지출 효율성 제고에 두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 설정이다. 아울러 최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공기업 부채에 대해서도 투자타당성 검토 등을 통해 적절히 관리해나가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한 것도 시의적절한 정책 선택이다. 재정건전성면에서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인 것은 사실이다. 지난 2009년 현재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33.8%로 주요20개국(G20) 국가 평균 75.1%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도 우리나라의 재정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문제는 최근 몇 년간 재정건전성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 300조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359조원에 달해 불과 2년 사이에 60조7,000억원 늘어났다. 이 가운데 대응자산이 존재하는 금융성 부채를 제외한 적자성 채무는 같은 기간 127조원에서 168조7,000억원으로 증가해 국가채무의 내용도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비록 국가채무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공기업들과 지방자치단체들의 빚도 급속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넓은 의미의 공공 부문이 빚더미에 올라앉은 형국이다. 빚은 한번 불어나기 시작하면 좀처럼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금부터라도 재정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해나가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경제는 고성장단계를 지나 중저성장 기조에 들어섰기 때문에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세수증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저출산에다 고령화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재정운용에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시된다. 반면에 외환위기 이후 복지와 형평이 강조되면서 복지백화점에 비유될 정도로 각종 복지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세출에서 경직성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앞으로 재정건전성을 제고해나가야 하지만 여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채무 증대를 억제하고 재정건전성을 제고하는 최선의 방안은 세출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해나가는 것이다. 불요불급한 씀씀이를 과감하게 줄이고 불가피한 지출이라 하더라도 효율성을 높이지 않고는 재정건전성을 개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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