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회 집값 담합 더이상 못참겠다" 중개업소도 '휴업 담합' "영업권 관여는 물론 명예훼손까지" 구리 토평지구업소 사흘간 문닫기로 김문섭 기자 lufe@sed.co.kr 수도권 아파트 부녀회의 집값 담합과 잇단 압력행사를 참다 못한 일선 중개업소들이 급기야 '휴업'을 선언하는 등 집단 대응에 들어갔다. 담합 논란을 계기로 아파트 거래를 둘러싼 주민과 중개업소간 해묵은 감정 싸움에 다시 불이 붙고 있는 양상이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 구리시 토평 지구의 28개 중개업소는 지난 19일 '임시휴업 안내문'을 일제히 내붙이고 21일까지 사흘간 영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최근 부녀회 담합이 이슈로 떠오른 후 지역 중개업소들이 뭉쳐 집단 대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중개업소는 '토평지구부동산협의회' 명의의 안내문에서 "일부 아파트 부녀회 및 개개인이 우편물이나 인터넷을 통해 부동산 사무실의 고유한 영업권에 관여함은 물론 명예훼손까지 하고 있다"며 "시장상황에 벗어난 인위적 가격조정에 동의할 수 없어 임시휴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중개업소들의 이 같은 '시한부 휴업'은 '아파트 제값 받기'를 명분으로 한 부녀회의 집값 담합이 영업권을 크게 위협하는 수준까지 확대됐다는 불만 때문이다. 서울 목동 등지에서는 일부 중개업소들이 부녀회의 등쌀에 매물정보와 시세표를 아예 떼어내는 '무언의 시위'에 나서는가 하면, 저가 매물을 내걸었다가 부녀회로부터 '거래금지 업소'로 찍힌 업소는 개점휴업 사태를 견디다 못해 휴업하기도 했다. 특히 정부 공식통계로 인용되는 국민은행과 유명 가격정보 사이트에 시세를 제공하는 중개업소들은 부녀회의 집중 타깃이 돼 담합에 동참할 것을 강요받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은 최근 홈페이지에 '정확한 가격 확인이 어려운 경우 당분간 시세 게재가 유보될 수 있다'는 내용의 공지를 내보내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시세조종을 요구하는 부녀회와 중개업소들이 갈등을 빚은 끝에 폭력사태로 이어지는 최악의 사례마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참다 못한 중개업소들의 '반란'을 바라보는 부녀회와 주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가격정보 사이트에 터무니없는 가격의 허위 매물을 올리거나 이른바 '공동중개 시스템'을 통한 '가격 후려치기' 등 업소의 담합이 일상화돼왔다는 것이다. 토평동의 한 아파트 주민은 "그동안 정상적 거래질서를 어지럽히고 이득을 취해온 것은 오히려 중개업소들 아니냐"며 "인근 지역 중개업소들을 이용해도 되니 이번에 휴업한 중개업소들은 아예 폐업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아파트 주민들과 중개업소간 갈등이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대다수 중개업소들은 행여 불똥이 튈까 우려하며 몸을 한껏 낮추는 모습이다. 고양시 화정동 H공인의 한 관계자는 "담합에 어떻게든 대응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상대적 약자인 중개업소들이 부녀회와 마찰을 빚어 좋을 게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대한공인중개사협회는 최근 회원들을 대상으로 집값 담합 사례를 수집해 건설교통부에 실태조사를 요청했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현행 법령으로는 담합을 처벌하기 어렵다고 해도 투기조장 행위에 대한 조사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06/20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