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홀로 원화강세 후유증에 대비해야

최근 우리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정상적이라면 신흥국 위기설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에 원화가치가 떨어져야 하건만 오히려 석달 전보다 6% 이상 뛴 1,080원대로 오른 상태다. 금융불안에 시달렸던 인도ㆍ인도네시아와 같은 신흥국 통화가 아직도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과 전혀 딴판이다.

물론 원화강세가 해외자금의 유입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호재임이 분명하다. 3,310억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외환보유액과 단기외채 축소 같은 노력으로 '한국 시장은 안전한 피난처' '신흥국 위기의 승자'라는 해외언론의 호평도 잇따라 나왔다. 겉으로만 보면 우리 경제가 탄탄대로를 달릴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을 냉철히 살펴보자. 원화강세는 세계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가격상승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아도 엔화약세로 고전하고 있는 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품목에서 가격경쟁력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출할 때 받은 달러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니 채산성도 나빠진다.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는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금융시장도 예외일 수 없다. 최근의 원화강세는 위기설이 나돈 후 신흥국에서 탈출한 자금이 대거 한국으로 쏟아져 들어온 탓이 크다. 이 중 상당수는 한국 경제를 믿고 베팅하는 장기투자자가 아니라 수익률에 따라 움직이는 단기투기성 자금의 성격이 짙다. 국내에서도 언제 빠져나갈지 모른다. 만약 이탈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금융시장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원화강세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나 신용개선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는 점은 지금 상황이 그리 안정적이지 않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 다른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시장 모니터링 같은 대응체제를 강화하고 해외투자가에게 우리 경제가 탄탄하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원화강세는 정부와 기업이 하루바삐 힘을 합쳐 경제 살리기에 전력하라는 긴박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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