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경제신문이 실시한 하반기 기업 경영전망 설문 조사를 보면 경기전망이 불투명하지만 기업들의 투자의욕은 꺾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매출액 기준 100대 기업 가운데 83%가 상반기와 같거나 더 많은 투자를 하겠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경기가 나빠지더라도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곳이 65%에 달했다는 점이다.
신규 고용도 전년보다 확대할 것이라는 기업이 56%를 기록했다. 경제 전반이 힘들더라도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고 새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현금을 곳간에 쌓아두고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인색하다는 일각의 지적이 맞지 않는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오히려 기업들이 투자를 통한 성장에 얼마나 목말라하는지가 확인됐다.
기업들의 높은 투자의욕에도 하반기 경영과 투자여건은 그야말로 지뢰밭이다. 엔저는 이미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로 내수부진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1,10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도 심각한 수준이고 세계 경제 역시 그리스 디폴트 위기, 중국 경제 둔화 등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낙관적 요소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사정이 이런데도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해법까지 신경을 써야 하니 기업들로서는 사면초가나 다름없다. 서울경제 설문 결과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이 우리나라의 경영권 방어제도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영권 방어장치가 강화되지 않을 경우 삼성물산과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경영권 다툼 같은 사태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팎의 어려움에도 기업들의 강한 투자 의지가 확인된 만큼 알찬 결실을 보도록 도와주는 것은 정부 몫이다. 규제 완화와 함께 투자 인센티브 등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한 이유다. 소모적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지 않고 투자에 올인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