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 '유전의혹' 남는 의문점

검찰 수사는 철도청(현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 청와대 실무자들과 이광재 의원의 개입 흔적을 일부 밝혀내는 성과를 거뒀지만 적지 않은 의문점이 여전히 남아있다. 사업 초기부터 깊숙이 관여한 장본인으로 수사 직전에 해외로 잠적한 석유전문가 허문석씨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게 완벽한 진실 규명 실패의 주된 원인이다. 검찰은 이번 조사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와 고교 동창으로, 정ㆍ관계에 폭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허씨의 힘'을 짐작케 하는 여러 정황을 포착했다. 하지만 검찰은 사업을 주도한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과 청와대, 국정상황실,산업자원부 관계자들을 샅샅이 조사했음에도 유전사업과 정치권 외압의 연결 고리인허씨가 빠져 결국 `모든 조각을 맞추는 일'은 실패로 끝났다. 검찰은 허씨의 국외 도피(올 4월 4일)에 이기명씨가 관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두 사람이 작년에 만나고 올해에는 7차례 통화했으며 출국 당일에도 통화한 사실 등을 파악했지만 이씨가 도피를 도운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결론냈다. ▲방러일정 유출ㆍ정부부처 관련ㆍ은행대출 의문 투성이 = 왕영용 전 본부장은검찰 수사에서 지난해 8월께 허씨로부터 이광재 의원실에서 확인한 대통령의 러시아방문 일정을 전달받았다고 진술했다. 철도청이 한ㆍ러 정상회담 일정에 무리하게 맞추려고 유전개발 사업을 졸속으로추진했음을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광재 의원측은 허씨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부인하고 있어, 허씨를 조사하지 않는 한 대통령의 방러 일정 유출 경위를 확인하기는 어렵게 됐다. 산업자원부에서 해외자원개발 사업계획 신고서가 당일 수리된 데도 외압의 흔적은 있지만 연결 고리인 허씨의 진술이 없어 실체 접근에는 실패했다. 당시 왕씨는 신고서 수리가 안되면 계약금 송금이 어려워 허씨에게 조치를 취해달라고 부탁했고, 허씨가 `윗선에 이야기했으니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한 지 2시간이 안돼 신고서가 수리됐다고 진술했다. 반면 산자부 관계자는 접수일로부터 5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한 일반 업무처리절차에 따랐을 뿐이라고 맞서 진실은 허씨의 진술이 나와야 가려지게 됐다. 재경부 협조 의혹과 관련해 철도청 직원들과 재경부 실무자들의 접촉이 있었던사실은 확인됐지만, 허씨가 이헌재 전 부총리에게 부탁해 압력을 행사하거나 청탁했는지도 허씨를 통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은행 대출 과정에서는 실사 후 계약금 지급 및 계좌예치 조건이라는 까다로운규정이 특별한 이유없이 해지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대출 청탁자로 거론된 허씨가 없어 대출의혹도 미제로 남게됐다. 허씨가 전씨로부터 리베이트 6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분배약정서는 허씨 입국시그의 역할을 밝히는 단서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몸통' 논란 확산 전망 =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청와대 개입 여부는 관련자들의 진술만 있어 결국 확인이 불가능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수사 결과 왕 본부장으로부터 사업 보고를 받은 김경식 행정관 외에 행정자치부소속 최모 행정관 역시 김 행정관이 보고받은 뒤 10여일이 지나 전대월씨로부터 사업 진행 상황을 파악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남영주 전 사회조정비서관도 지난해 11월 철도청 유전사업추진 경위 보고서를제출받았지만, 이미 계약이 해지된 뒤라 자체 종결했던 것으로 검찰은 전했다. 청와대 실무자들이 사업 추진 단계부터 해지 이후까지 사업 내용을 일부 알고있었으나 어느 선까지 보고가 이뤄졌는지를 밝히는 데는 관련자 진술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검찰 수사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검찰은 "청와대가 철도청 유전개발 사업에 대해 별도 조치를 취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점에 비춰볼 때, 사업을 청와대가 사전에 지시하거나 기획한 것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혹이 제기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련 부분도 왕 전본부장과 NSC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으나 검찰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왕씨는 허씨로부터 `이 의원이 사안별로 NSC 업무를 맡아 유전개발 사업에 관여하고 있고 NSC의 군 관계자가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지만, NSC 관련자들은 모두 의혹을 부인했다. 결국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철도청이 개인 사업가의 말만 믿고 `철도청위상제고'라는 이유로 정치권에 지원을 요청하며 무모하게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이번 수사 결론을 두고 미심쩍은 대목이 워낙 많아 `몸통' 논란은 당분간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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