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애널들‘ LG카드 근거없는 보고서 남발… 투자자 혼란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정보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할 애널리스트들이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근거없는 보고서를 남발하면서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국내외 증권사들이 최근 LG카드의 유동성 위기와 주가급락 과정에서 내놓은 보고서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애널리스트들은 결국 터무니 없는 것으로 밝혀진 감자가능성을 제기하는가 하면 통상 6개월을 기준으로 제시되는 목표주가를 불과 1개월여만에 4분의 1로 낮추는 고무줄 분석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CSFB증권은 지난 10월28일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상회에서 중립으로 낮췄고, 불과 1개월여만인 12월1일에는 LG카드 보유에 따른 위험을 지적하며 목표주가를 중립에서 시장수익률 하회로 다시 한 단계 낮췄다. 목표주가는 고무줄처럼 변했다. 종전 1만8,000원이었던 목표주가도 4분의 1 수준인 5,000원으로 낮췄다. JP모건증권은 불과 1주일만에 `매수`에서 `비중축소`로 두 단계나 등급을 낮춰서 눈총을 받고 있다. 한정호 JP모건증권 카드담당 애널리스트는 LG카드가 유동성 위기로 몰린 와중에서도 위험이 과장됐다며 매수전략을 고수했지만 막상 주가가 급락하고 난 지난 17일에는 `비중축소` 보고서를 내놓았다. 불과 1주일 뒤를 내다보지 못한 셈이다. 특히 도이치와 메릴린치증권 등은 `감자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근거도 없는 정보를 바탕으로 목표주가를 낮춰 눈총을 사고 있다. 도이치증권은 지난 15일 감자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면서 목표주가를 38%나 낮춘 6,200원으로 제시했다. 불과 3개월전인 지난 9월29일 `매수`를 추천했던 메릴린치는 지난 11일 장부가치가 `0`에 가까워졌다고 호들갑을 떨며 감자 우려감을 제기했다. 하지만 도이치 보고서가 나온 바로 다음날인 16일 채권단은 대주주를 포함해 모든 주주의 감자를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보고서를 믿고 주식을 매도한 투자자만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국내 증권사도 마찬가지. 송상호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9월24일에는 LG카드 연체율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긍정적이라며 목표주가 2만7,000원에 `매수` 투자의견을 제시했으나 불과 두달뒤인 지난 15일에는 소액주주에 대한 차등감자 우려감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시장수익률 하회`를 예상, 목표주가를 6,000원으로 바꿨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 위기에 관해서는 봄부터 수차례 경고가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주식을 사라고 태연스럽게 권유했던 애널리스트들이 주가가 떨어지자 뒤늦게 투자등급을 낮추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며 “애널리스트들이 정확한 분석을 하고 있다는 믿는 투자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LG카드는 매각 가시화에 대한 기대감과 감자 우려감 해소가 반영되며 애널리스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엿새만에 오름세로 돌아서 전일보다 540원(9.80%) 오른 6,050원에 마감했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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