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서울시ㆍ정치권의 주도권 경쟁 속에 강북 개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서울시의 ‘뉴타운 특별법’ 건의를 시작으로 촉발된 강북 개발 열풍은 부동산 당정 협의에서 광역개발에 합의한 뒤 정치권에서 특별법 제정을 구체화하면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뉴타운 사업을 시작한 주인공인 서울시는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차 뉴타운 중 전략구역을 선정, 올해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최근에는 뚝섬 상업용지 매각대금 중 5,000억원을 뉴타운 사업에 우선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회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열린우리당이 중심이 된 ‘서울 균형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대표 임채정)은 ‘서울 균형발전 특별법’을 만들어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특별법을 보면 조합설립 요건 완화(종전 5분의4에서 2분의1 동의), 용적률을 최대 300% 허용, 민영개발 방식 도입, 기반시설 국고지원,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 설립 등 전폭적인 지원책이 포함돼 있다.
지원책이 잇따라 쏟아지자 뉴타운 지역을 중심으로 주변의 노후 주택 가격이 벌써부터 들썩거리고 있다. 1,000만원대에서 거래되던 10평 미만 소형 지분은 평당 2,000만원 이상, 최고 3,000만원까지 치솟고 있다. 거래도 잘 이뤄지지 않던 재건축 아파트도 최근 한두 달 사이 1,000만원씩 뛰었다.
투기조짐이 나타나면서 강북 개발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먼저 기반시설 설치에 들어가는 수십 조원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문제다. 정부ㆍ서울시ㆍ정치권 중 어느 쪽도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개발에 따른 집값 상승 부작용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기반시설 부담금’을 도입, 개발이익을 환수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개략적인 그림조차 나와 있지 않다.
일선 중개업자들은 가격이 뛰면 개발이 끝난 뒤 새 아파트 값이 평당 2,000만원은 가야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한다. 집값이 폭등하면서 사업이 성공할 가능성이 더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개발사업이 안되면 누군가 한 사람은 반드시 손해를 입게 된다.
낙후된 강북을 개발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공감한다. 최근의 움직임은 강북을 개발하겠다는 것인지, 투기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문제는 개발의 순서가 틀렸기 때문이다. 개발계획부터 발표하고 투기를 뒷수습할 게 아니라 투기를 막을 장치부터 만들어놓고 개발계획을 발표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