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60년] 슈퍼파워의 에너지 (상)

막강한 경제·군사력 바탕 "美와 견줄 세계 중심축 부상"
50년 이후 GDP 383배 늘며 급성장… 풍부한 달러 활용 에너지 사냥 이어
IMF등 국제금융시스템 개혁도 앞장… 성장이끈 수출 주도 정책 한계 직면
기술 혁신등 경제 구조 변화 불가피



지난 19세기 신식 문명을 앞세워 시작됐던 서세동점(西勢東漸)이 종말을 고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단연 중국이 있다. G2(미국과 중국의 양극 체제), 차이메리카(중국과 미국의 공조체제)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중국은 군사ㆍ정치ㆍ경제 등 모든 방면에서 역사의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강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는가 하면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지난주 유엔총회에서 글로벌 차세대 성장동력인 녹색성장 발전 구상을 밝히는 등 세계 경제 중심축으로서의 위용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 주도형 중국경제 발전 모델이 한계에 다다르는 등 중국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파워로 가는 데 적지 않은 걸림돌이 남아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을 맞아 그간의 중국경제 성과와 과제, 앞으로의 전망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오는 10월1일 건국 60돌을 맞아 '위대한 중화의 부흥'을 선포할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은 이미 거대한 붉은 신전으로 변했다.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의 대형 초상화를 배경으로 높이 14m, 무게 26톤의 붉은 기둥 56개가 늘어서 있다. 한족·만주족·회족 등 중국 내 56개 민족이 대동 단결해 세계의 중심이 되는 위대한 국가를 만들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 중국의 60돌이 더욱 의미심장한 것은 신중국 역사에서 지금처럼 세계의 중심에 서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19세기 서구 열강에 의해 반식민지로 전락했던 중국은 이후 항일전쟁과 국공(國共)내전의 폐허를 딛고 60년 만에 사회주의 후진국에서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과 맞서는 슈퍼파워로 급부상했다. 중국은 최근 남태평양 카르바시섬에 있는 미국의 유도탄 기지를 감시하기 위해 하이난다오에 위성발사 기지를 세운다고 공표했다. 양광례 중국 국방부장은 "중국은 군사 인공위성, 잠수함 발사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 최신예 무기를 갖고 있다"며 "중국의 군사력은 이제 서구 선진국과 견줄 수 있는 자리에 와 있다"고 공언했다. 중국의 이 같은 슈퍼파워 부상은 단연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난 1978년 시작된 개혁ㆍ개방정책에 힘입어 무역액은 1950년 11억달러에서 2008년 2조5,616억달러로 무려 2,328배 급증했다. 국내총생산(GDP)은 같은 기간 99억달러에서 3조8,000억달러로 383배 늘어났고 올해에는 일본(4조9,093억달러)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대국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열린 주요20개국(G20) 회의 의제 조율차 베이징을 방문한 사공일 G20 기획조정위원장은 "중국은 18세기 산업혁명 이전까지 2,000여년간 세계 총생산의 20% 이상을 담당해왔다"며 "현재 7~8% 점유에 그치고 있는 중국이 예전 수준을 회복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이미 실질 화폐 구매력 기준으로는 미국을 앞지르며 세계 최대 경제파워로 급부상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조동성 서울대 교수는 "미국의 CIA는 달러와 위안화의 실질 환율을 1대1.6위안으로 보고 있다"며 "이 경우 실질 구매력 기준(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의 GDP는 16조원을 넘어 미국(14조원대)을 앞지른다"고 말했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활용, 본격적인 글로벌 에너지 사냥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수출로 돈만 벌던 시대에서 벗어나 세계 주요 석유·철강 등 원자재를 선점함으로써 안정적 성장동력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2007년 중국의 대외 투자 잔액은 1,179억달러에 그쳤으나 글로벌 위기 이후 세계 주요 석유·철광산 투자에 나서면서 2008년 한해에만 521억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60년간 전체 투자액의 절반 가까이를 한해에 쏟아부은 것이다. 올 들어서는 그 규모와 범위가 더욱 대담해졌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가오시칭 사장은 "글로벌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판단 아래 올해 해외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10배 늘린 500억달러로 잡았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철광석 매장량을 자랑하는 호주 광산업체부터 미국의 부동산·금융 회사까지 매수 타깃도 광범위하다. 중국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도덕성과 권위가 추락한 국제금융시스템 개혁의 선두주자로도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 타깃은 2차 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주축이 돼 이끌어온 IMF다. 선진국의 대항마인 슈퍼 이머징 파워로서 그동안 선진국 위주로 만들어놓았던 국제금융시스템을 근본부터 송두리째 바꿔보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하지만 풀어야 할 난제도 적지 않다. 우선 중국을 슈퍼 경제 파워로 부상시켰던 수출 주도형 경제 모델이 글로벌 경제위기로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수출을 받아주던 미국 등 선진국들이 자산 버블 붕괴에 따른 경기침체로 지갑을 닫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개혁ㆍ개방 이후 지난 30년간 성장모델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 경제정책의 사령탑인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의 장옌성 대외경제연구소 소장은 "중국의 수출 구조는 여전히 저임 노동력에 기초한 가공무역 수출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위기로 '중국 수출=선진국 소비'라는 패러다임이 깨진 상황에서 중국은 수출 확대와 함께 기술혁신과 경제구조 변환을 통해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10~15년간 중국이 기존의 수출 주도 경제에서 어떻게 경제구조를 혁신시키느냐가 국가 경제의 운명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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