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자의 날'을 앞두고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5일 오후8시부터 2시간 동안 CCTV 2번(차이징) 채널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315완후이(晩會)'라는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이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에는 저승사자와도 같은 존재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업체인 애플이 AS 문제로 곤욕을 치렀고 중국 내 1위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도 불량 기업으로 낙인 찍혀 38만4,000대를 리콜해야 했다.
외국계 기업들은 이번 315완후이에 타깃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중국 당국이 '소비자권익보호법'을 수정해 결함이 있거나 과대광고하는 제품에 대한 기업에 대해 처벌을 가중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타깃이 된 기업들의 타격은 예년보다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장 긴장하고 있는 곳은 일본 기업들이다. 일본 기업들이 315완후이에 올라온 적은 없지만 최근 악화된 중일관계의 영향으로 올해 목표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2일 "이달 15일을 앞두고 중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들의 근심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예 닛산·도요타 등 자동차 업체들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신속한 사과성명을 할 수 있는 체계도 준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315완후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몇몇 업체들이 315완후이의 타깃이 돼 몇년 동안 고전을 면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 만큼 마케팅 부서 등이 정보수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15완후이는 중국답지 않게 철저한 탐사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사전정보가 전혀 노출되지 않으며 315완후이 팀은 1년 동안 프로그램 제작에 투입된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도 315완후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치·사회적인 비판에 목마른 중국인들에게 315완후이가 마치 비판의 갈증을 해소하는 곳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CCTV의 불공정 보도를 문제 삼으며 해고당한 왕칭레이 PD는 "우리는 매년 1,000건이 넘는 선전 지침을 받는다"며 "언론의 진실성과 전문성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라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