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급증·소비자 불만고조에 가공법 논쟁까지유가공 업체들이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우유 수급균형이 깨지면서 업체별로 분유재고가 급증한 반면 가격이나 성분을 둘러싸고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날로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가공 기술을 둘러싸고 업체간 논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분유재고 급증
지난 5월 분유 재고량은 1만7,918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분유재고가 늘어 전국민 우유 먹기 캠페인을 벌였던 98년 6월의 1만6,197톤보다 1,700톤 이상 높은 수치다.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우유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 증가한 87만3,300톤에 달했다. 그러나 백색우유 소비는 6.1%나 감소, 심각한 수급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우유 파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업체별로 2,000~3,000톤 가량 재고가 쌓여 감당할 수 있는 적정 재고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우유소비가 줄어드는 방학철 등에 심각한 위기가 올 가능성이 높다"며 "우유 공급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 불만 고조
이처럼 분유재고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최근 소비자보호원 조사결과 일부 유업체들이 판매해온 어린이용 치즈, 우유 등의 성분 함량이 표시량과 크게 달랐다.
여느 제품보다 내용물의 충실성에 민감한 유제품의 특성상 성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소비자들은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업체들의 주장대로 의도적으로 함량을 줄이지 않았더라도 공정상 성분의 균질성을 유지하지 못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게 됐다.
여기에다 분유, 발효유 등의 가격이 지나치게 가파르게 상승, 업체들이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업체별로 신상품을 내면서 몇 가지 기능을 추가해 제품 가격을 범용제품에 비해 최고 50%까지 올려 받는 것은 이미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가공법 논쟁 재연
캡슐논쟁, 저온살균 논쟁 등 가공법을 둘러싼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한 업체는 지난달부터 광고를 통해 캡슐에 쌓인 자사 우유와 달리 타사 제품은 '상처 입은 우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쟁 업체들은 유업계 전체의 발전을 가로막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최근 한 연구를 통해 국내 대부분의 유업체들이 채택하고 있는 고온살균 방식으로 우유를 처리할 경우 비타민 성분이 크게 파괴되는 것으로 조사돼 살균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업계 관계자들은 완전식품인 우유의 영양소 보존 문제가 지난 90년대 초반 살균법 논쟁과 95년 고름우유 파동 이후 재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호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