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공공기관 지정 해제 해주면 사퇴"

이정환 이사장 밝혀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펴온 이정환(사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해주면 사퇴를 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이사장은 19일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4월에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해주면 사임하겠다”며 ‘조건부 사퇴’ 의사를 처음으로 밝혔다. 이 이사장의 임기는 아직 2년 정도 남았다. 이 이사장이 이 같은 발언을 한 데는 우선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을 막지 못했다는 거래소 안팎의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이사장은 이날 “항간에 떠도는 ‘이 이사장 때문에 공공기관 지정된 것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 “기관의 책임자로서 그동안 많이 고민했다” “(재임기간) 1년이 마치 3년 같았다”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정부의 압박이 없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모른다”로 일관했다. 또 4월이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을 되돌리기에 ‘최적의 시기’인 점도 ‘조건부 사퇴’ 발언을 결심하는 데 고려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복수거래소를 허가하는 법안이 의원발의된 상태다. 코스닥ㆍ선물ㆍ코스피 시장 등이 통합돼 외형상 독점이 됐지만 이 법안이 4월 통과되면 정부 측이 지난 1월29일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며 주장한 “독점적인 이익을 얻고 있다”는 논리의 법적인 근거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공공기관 철회를 얻어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 이사장은 4월에도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법적 대응’이라는 카드도 놓지 않고 있다. 이 이사장은 “4월 말까지는 공공기관 지정에 대해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며 “현재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이사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거래소는 한 곳도 없어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