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판의 임꺽정’ 90년대 배구판에 연일 강스파이크를 내리꽂았던 임도헌(전 현대자동차서비스) 선수는 현재 삼성화재에서 수석코치로 제 2의 전성기를 펼쳐나가고 있다. 박희상(전 대한항공), 김세진(전 삼성화재), 김상우(전 삼성화재) 등의 배구스타들 역시 현재 스포츠 해설위원으로 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코트를 뛰고 있는 남자 프로배구 선수들이 준비하는 은퇴 후 삶은 무엇일까.
KOVO(한국배구연맹)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선수들은 은퇴 후에도 체육계에 있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78명의 선수들에게 ‘은퇴 후 희망진로’를 조사한 결과, 체육선생님이나 체육교수 등 교직에 있겠다고 적어낸 선수가 31명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화재의 박철우, 현대캐피탈의 문성민 등의 선수들이 희망진로에 ‘교수’라고 응답했다.
지도자가 되어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적어낸 선수들도 18명으로, 그 뒤를 이어 가장 많았다. 삼성화재의 레오는 은퇴 후 전원생활을 하며 후배를 양성하겠다고 답했다. 대한항공의 마틴 역시 배구 꿈나무들을 가르치는 유소년 지도자를 희망했다.
이수황(LIG손해보험)과 송준호(현대캐피탈)는 실업 팀에 들어가 선수생활을 지속하겠다고 답했다.
자신이 속한 팀의 감독을 원하는 선수들도 있다. 현재 현대캐피탈 팀에서 뛰고 있는 권영민과 임동규는 모두 희망진로로 현대캐피탈 감독이라고 적어냈다. 팀에서 감독의 자리를 노리는 선수가 두 명이나 있어 하종화 감독의 뒤통수가 서늘하다. 이 밖에도 고현성(삼성화재), 김정환(러시앤캐시) 등 총 5명의 선수들이 감독 및 코치 를 희망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준비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김학민, 곽승석(이상 대한항공)과 이종화(LIG손해보험) 등 5명의 선수들은 사업가가 되겠다고 답했다.
배구팬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러시앤캐시의 다미는 ‘치과의사’라고 답했다. 다미는 러시앤캐시에서 뛰기 전에 영국 셰필드 대학에서 치의학을 전공했다. 현재 승승장구하고 있는 러시앤캐시의 원동력인 다미는 알고 보면 치과의사를 꿈꾸는 의학도였다.
학업의지를 불태운 선수들도 있었다. 진상헌(대한항공), 이강주(러시앤캐시) 등 3명의 선수들은 은퇴 후 공부를 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이강주는 뭐든 더 배우고 싶다고 적어내 그의 불타는 학업의지를 알 수 있게 했다.
다소 특이한 답변을 한 선수들도 있었다. 정성민(LIG손해보험)은 방송인이라고 답해 향후 그가 코트가 아닌 방송국 무대에서 새로운 활약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이색적인 대답을 한 것은 현대캐피탈의 가스파리니였다. 지도자나 선생님 등 구체적인 진로를 적어낸 다른 선수와는 달리 그는 ‘인생을 즐기는 삶’이라는 낭만적인 대답을 써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