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의 정권교체 인도를 가다] <중> 인도 들뜨게 한 모디노믹스 청사진

경제개혁으로 3I 채찍질… 추락한 인도 자존심 살린다
도로·항만·전력요금체계 대대적 정비
중국에 버금가는 '세계적 공장' 부푼꿈
재원대책 언급 없어 '립서비스' 지적도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는 인도 하리아나주 구르가온의 IT특구. /뉴델리·구르가온=유병온기자

인도 하리아나주 구르가온의 IT특구에서 불과 한시가 거리인 델리주 최대 도매시장인 아자드부르만디 시장. 마천루와 차와 사람이 뒤엉킨 시장은 인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인도인들은 나렌드라 모디 신임총리가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인도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뉴델리·구르가온=유병온기자



우기(몬순)에 접어들지 않은 인도에 때아닌 장대비가 내렸던 지난 14일 새벽3시(현지시각) 뉴델리의 인디라간디국제공항 부근 8번 국도(National high way 8). 인도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4차선 도로'에 차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극심한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형트럭과 비 때문"이라고 택시기사는 말했다. 교통체증을 막기 위해 델리주는 낮 동안 대형트럭 진입을 막고 있는데 이 때문에 공항으로부터 물류 운송을 담당하는 트럭들이 새벽에 몰릴 수밖에 없고 이날 내린 비로 인근 도로들이 물에 잠겨 교통이 엉망이라는 것이다. 심야에 공항에서 불과 15㎞ 떨어진 뉴델리의 한 호텔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30분이 넘게 걸렸다.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세계은행의 올해 기업환경평가보고서에서 총 189개국 가운데 134위에 그친 인도의 현주소를 보여준 장면이다.

총선 기간 '모디 물결(Modi wave)'로 표현되던 나렌드라 모디의 인기는 지난 16일 총선 결과가 발표된 뒤 "쓰나모(쓰나미+모디)가 됐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실제 18일 뉴델리 짠야카푸리 지역에서 만난 리피카 바르마씨는 모디의 압승을 놓고 "단순한 모디의 승리가 아니다. 전 인도인의 승리"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이 같은 기대감에는 과거 10%를 넘나들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4.5%까지 떨어지면서 동반 추락해 버린 인도의 자존심을 다시 세워달라는 인도인들의 주문이 담겨 있다.

인도의 형편없는 인프라는 전체 12억 인구 중 65%를 차지하는 35세 이하 젊은 노동인력과 한반도 면적의 15배에 이르는 거대한 땅덩어리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실제 인도는 연방 국도가 전체의 2%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88%가량이 1·2차선에 그치는 실정이다. 전력 부족으로 인한 정전도 잦아 인도 기업의 60% 이상이 자가발전기를 가지고 있고 이 때문에 사업용 전력 비용 부담이 말레이시아보다 높다. 화물처리 능력도 턱없이 부족해 수출입 물량의 상당 부분을 스리랑카·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의 항구를 통해 운송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모디는 구자라트 주총리 시절 관개시설 및 전력요금 체계 등을 정비하는 등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인도 현지 언론 비즈니스투데이로부터 "구자라트의 기적"이라는 격찬을 받았다. 이번 총선에서도 △중앙정부 권한인 항만 인프라의 확대 △고속철도 건설 △신규 스마트 도시 100개 건설 등 인프라 개발 및 개선을 자신의 주요 경제공약으로 내걸었다. 모디가 총리 취임과 함께 대대적인 인프라 정비에 나설 것이라는 게 현지의 일치된 전망이다.

제조업의 육성도 모디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지난 2011년 만모한 싱 총리 시절 인도 정부는 당시 전체 국내총생산(GDP) 대비 16%였던 제조업 비율을 10년래 25%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오히려 지금은 그 비율이 15%로 더 줄어들었다. 새롭게 노동 적정 연령층에 진입하는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일자리 숫자만 매월 100만개에 달하는 인도의 여건을 감안하면 제조업의 육성은 필수 불가결하다.

이번 총선을 통해 집권 여당이 된 인도국민당(BJP)은 연간 1,0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는데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제조업을 육성하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차기 모디 내각의 유력 재무장관 후보인 아룬 자이틀리 BJP 당수는 "인도를 중국과 같은 수출 전진 기지로 만들겠다"며 △기업 대출 금리 인하 △복잡한 세금 구조 점검 △관료주의적 규제 완화 △신규 산업 기지 건설 등을 약속했다.

이른바 '모디노믹스(Modinomics)'로 통칭되는 모디발(發) 경제개혁에 대해 시장의 기대는 압도적이다. 올해 들어서만 13.94% 상승한 인도 센섹스지수는 모디의 총리 당선이 확정된 지난 16일 장 중 한때 6.1%까지 치솟는 등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5대 취약 통화(Fragile5·F5)라는 오명을 들었던 인도 루피화도 올해 이후 달러 대비 5.13% 올랐다. 도이체방크는 총선 결과가 나온 뒤 인도 증시가 연내에 지금보다 16%가량 높은 2만8,000포인트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모디노믹스에 기대가 과도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BJP의 공약 및 모디의 발언 등에서는 경제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세부대책이나 재원조달 방식 등이 전혀 언급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외국인직접투자(FDI) 문제를 놓고서는 대폭 완화 방침을 밝힌 국민회의당(INC·전 집권여당)에 비해 오히려 미온적이며 전력 체계 손질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WSJ는 "모디의 공약 중 두드러지는 것은 친시장적 정책을 도입하겠다는 '립서비스' 정도"라며 "특히 대형매장에 대해 FDI를 확대하겠다는 지난 정부의 결정을 뒤집을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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