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4월 15일] 삼성, LG 그리고 한국기업의 위기?

삼성ㆍLGㆍ현대차 등 대표 기업이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어림잡아 국가의 부(富)가 절반가량 사라질 위험에 처한다. 지난 2009년 10대 그룹의 매출액(476조원)이 국내총생산(GDPㆍ1,120조원)의 42.5%를 차지하고 있으니 과장된 추측만은 아니다. 소니의 추락, 도요타의 위기, 애플의 부상 등으로 요즘 국내 기업의 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를 타개할 여러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좀 더 깊은 곳에 있지 않나 싶다. 한 노(老) 경제학자는 기업 흥망성쇠의 핵심 요인을 조직ㆍ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직ㆍ문화가 살아 숨쉬지 못한 것이 위기의 근본 요인이라는 게 요지다. 소니 추락의 원인도 사실 조직ㆍ문화에서 단초를 읽을 수 있다. 소니는 일본 기업 가운데 최초로 사업부제(부문별 독립채산제)를 도입해 경쟁 시스템을 적용했다. 연구개발(R&D) 조직도 부문별로 나눠 경쟁을 붙였다. 또 성과에 따라 급여 등을 차등 지급하는 성과주의 시스템도 일찍 도입했다. 출발과 과정은 좋았다. 이를 근본으로 '소니의 신화'가 창조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기업이 커가면서 치명적 결합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사업부제는 불필요한 경쟁을 불러 일으켰다. 단기간 이익에 집착한 것은 당연지사다. R&D 조직도 자신이 속한 사업부 매출을 높이는 데 급급했다. 사업부제는 경쟁 개념을 왜곡시켰다. TVㆍ게임ㆍ가전제품 등 성격이 다른 품목을 한데 경쟁시킨 데 따른 것. 이에 대해 이 경제학자는 "사자와 원숭이 등 각기 다른 종을 한 우리에 넣고 경쟁시킨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사업부제에 따른 성과 연동 급여시스템은 직원들의 불만도 가져왔다. 모 부서는 가만히 있어도 매출이 늘어 급여를 많이 받고 다른 부서는 특성상 노력해도 월급을 적게 받는 게 수십년간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종합적으로 한데 엮이면서 가져온 결과는 '외면'이다. 회사가 성장하는 동안 같은 소니 사원이지만 각 파트별로 별개의 회사이기 때문에 서로 무관심하게 됐다. 잘못된 점을 찾고 조속히 조직과 문화를 바꿔야 하는데 '외면'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어떨까. 현재의 조직과 문화에서 '내 회사ㆍ부서가 아닌데 왜 신경 써' 하는 분위기가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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