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화산 폭발 위험 고조

백두산은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활화산…남북한 공동 대처해야

백두산의 화산 활동이 지난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되면서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한 심층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백두산은 우리 민족의 영산이다. ‘백두산은 살아있다’는 다분히 감성적 표현을 쓰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냉철한 이성을 요구하는 과학계에서도 백두산은 살아있다는 표현을 쓴다. 활화산인 백두산이 언제라도 화산을 분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화산 폭발에 따른 피해는 엄청나다. 특히 정상이 아닌 측면에서 화산이 분출할 경우 20억 톤에 달하는 천지의 물이 대규모 홍수를 유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남북한이 공동으로 이에 대한 연구에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백두산 화산 활동 증가 백두산의 화산 활동이 지난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되면서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한 심층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외 화산학자들은 백두산을 활화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언제라도 화산을 분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는 백두산이 화산 활동을 멈추고 이미 죽어버린 사화산이 됐을 것이라는 그동안의 평가와 반대되는 것이다. 백두산 화산 분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지진 발생 빈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백두산의 화산성 지진은 1985년 3회, 1986년 12회, 그리고 1991년에는 29회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2003년 6월과 11월, 그리고 2005년 7월에는 월 250회 가까운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은 백두산 천지의 2∼5km 지점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화산 분출을 위한 에너지가 축적돼 발생하는 화산성 지진이다. 수년전 천지 아래 5~10km 지점에서 관측됐던 마그마 챔버(magma chamber)들은 현재 2~3km 지점까지 올라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그마 챔버는 마그마가 거대한 덩어리 형태로 뭉쳐져 있는 것인데, 수직으로 성장하며 상승하면 곧 분출로 이어지게 된다. 백두산의 높이는 2,750m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2~3km 아래 지점에 있는 마그마 챔버는 해수면 기준으로 0m 지점까지 올라와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마그마 챔버들의 존재 유무보다는 수직 방향으로 성장해 왔다는 것. 즉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의 지각변동이 발생할 경우 언제라도 분출할 수 있는 힘을 모으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백두산은 과거 9세기와 10세기경 세계적으로 손꼽을 만큼 큰 규모의 화산 분출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불과 1,000여 년 전인 9세기와 10세기의 분출로 약 120㎦에 달하는 유독성 화산재를 쏟아냈으며, 이때 분출된 화산재가 편서풍을 타고 일본의 홋카이도와 도호쿠 지방까지 날아가 약 5cm 두께의 지층을 형성한 것이 확인되고 있다. 또한 이때 분출된 화산재의 양은 약 10만㎢ 면적의 남한 전역을 평균 1.2m 두께로 덮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백두산 화산이 다시 분출한다면 과거와 같은 대규모 분출이 우려되며, 북한지역의 경제상황을 극한으로 몰고 갈 우려가 있다. 백두산은 명백한 활화산 현재 화산학자들은 활화산이냐, 아니냐를 평가하는 잣대로 과거 1만년 이내에 대규모 분출이 있었느냐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를 전제로 한다면 9, 10세기에 대규모 분출이 있었던 백두산은 명백히 ‘활화산’이며, 특히 당시의 분출 규모는 역사시대 이후 손에 꼽을 만한 규모였다. 화산의 분출 규모를 규정하는 화산분출지수(VEI;volcano explosivity index)를 기준으로 할 때 10세기에 있었던 백두산의 화산 분출은 7급에 해당하는 대규모 분출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VEI는 1~8단계로 화산 분출 규모를 구분하는데, 화산재의 양과 화산재가 상승한 높이 등을 기준으로 한다. 현재까지 8급에 해당되는 분출은 없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당시 백두산은 지상 25km 높이까지 화산재가 솟구쳤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기반정보연구부의 이윤수 박사는 판구조의 변동에 따른 화산 분출을 우려하고 있다. 이 박사는 “일본지역에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지각구조상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라며 "여기에서 대규모 충돌에 따른 지진이 발생할 경우 화산 분출을 위한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는 백두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즉 판구조 운동에 따라 일본열도 밑으로 들어가고 있는 태평양판의 잔해가 백두산 아래 약 670km 지점에 있는 상부맨틀과 하부맨틀의 경계부에 영향을 미치고, 이어 천지 아래에 있는 마그마 챔버에 충격을 줘 화산 활동에 직접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또 “백두산은 전 세계적으로 작은 규모의 화산이 아니다”면서 “특히 유문암질과 조면암질의 점성 높은 마그마가 형성되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분출 가스를 붙잡아 둘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점성이 낮은 마그마는 가스를 붙잡아 두는 힘이 약해 소규모 폭발이 일어나는 반면 점성이 높은 마그마는 최후의 순간까지 분출을 억제해 대규모 폭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마그마로 백두산 높아져 부산대학교 과학교육학부 윤성효 교수는 백두산 화산 분출 우려를 국내에 최초로 알린 화산학자다. 윤 교수는 “백두산의 경우 다량의 화산재를 만들어내는 유문암질 마그마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규모 화산재 없이 현무암질 용암이 흘러내리는 하와이 등의 화산과는 피해 규모가 다를 것”이라고 지적한다. 윤 교수는 또한 “현재 백두산 높이가 약 2,750m로 과거에 측정했던 것보다 다소 높아졌다”면서 “이는 마그마의 성장에 따라 융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과 우리나라는 해수면 높이가 달라 이를 기준으로 측정한 백두산의 높이는 6m 정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 같은 차이를 감안해도 백두산의 높이가 융기된 것은 분명하다. 10세기에 발생한 화산 분출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는 현재 일본 홋카이도와 도호쿠 지역에 남아 있는 6~10cm 높이의 화산재 지층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본에 의해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이 화산재 지층은 일본 내에서 발견되는 화산재 지층과 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백두산에 남아 있는 화산재 지층과 비슷하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백두산에서 분출된 화산재가 동해를 거쳐 일본까지 날아가 퇴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윤 교수는 “화산재가 퇴적돼 형성된 지층의 두께가 6~10cm에 달한다는 것은 당시 이 지역에 화산재가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화여자대학교의 김규한 교수 역시 “백두산 관련 지진횟수 등이 활발히 증가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화산 분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현재 일본 도쿄 대학과 함께 백두산 지역의 온천에서 발생하는 가스 분석을 통해 화산 분출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백두산 정상의 칼데라 호수인 천지의 경우 최대 수심이 372m에 달하고 약 20억톤의 물을 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여건이 화산 폭발을 억제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지질자원연구원의 이윤수 박사는 “천지의 물이 고열과 만나면 수증기로 부피가 팽창해 오히려 폭발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백두산의 화산 폭발이 반드시 정상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측면에서 분출할 경우 20억톤에 달하는 천지의 물이 대규모 홍수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남북한 공동 연구 시급 화산학자들은 백두산 화산의 분출 규모나 시기 문제와 관련해 섣부른 예측을 우려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 확보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일본의 연구 자료를 기초로 한다면 화산성 지진의 증가와 마그마 챔버 상승 등의 우려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는 중국 국경 부근에서 이루어진 연구 자료가 대부분이다. 반면 보다 많은 연구 자료를 얻을 수 있는 북한지역에서의 연구 자료는 전무한 실정이다. 김규한 교수는 “백두산 화산 폭발과 관련해 지진활동이 증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구체적인 연구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폭발 위험성이 크다거나 또는 언제쯤이라거나 하는 식의 주장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윤성효 교수 역시 “학자 입장에서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언제 분출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백두산 화산에 대한 남북공동연구의 시급성에 대해서는 모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분출이 시작되는 시기와 분출 규모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과거의 분출 사례 등을 볼 때 분출로 인한 피해 규모는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이 한국이나 중국보다 백두산 화산 연구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과거 10세기 분출의 결과물인 화산재가 일본에 퇴적지층으로 남아 있는 것을 볼 때 북한을 제외한 가장 큰 피해 지역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1991년 폭발한 필리핀 피나투보(Pinatubo) 화산의 경우 폭발 자체에 따른 피해도 컸지만 화산재에 따른 피해로 미 공군 기지가 철수하기까지 했다. 이는 화산재로 인해 공군기지를 운용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처럼 화산재는 정밀기계와 전자를 다루는 모든 영역에 상당기간 지속적인 피해를 입히게 된다. 김 교수는 “일본 도호쿠 대학은 백두산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연구조직을 가지고 있으며, 막대한 예산으로 우리가 해야 할 백두산 연구를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한다. 윤 교수 역시 “일본은 지난 2000년부터 중국 국가지질국과 길림대학, 북한 사회과학원 산하 지리연구원 등과 함께 백두산에 대한 3국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당시 3개국 공동연구에 개인자격으로라도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동북공정에 주력하고 있던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제1차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합의에 따라 진행된 보건의료·환경보호협력분과위원회 회의에서 백두산 화산 활동에 대해 공동 연구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위한 실무협의를 올 2월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현재 이에 대한 세부 협의가 진행 중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정치·외교적인 판단에 따라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윤 교수는 백두산 화산에 대한 남북공동연구에 대해 “현재 북한이 보유한 지진관측 장비는 대부분 중국으로부터 넘겨받은 노후장비”라면서 “우리가 최신 관측장비를 백두산 주변지역에 설치, 측정된 데이터를 공동연구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물론 정치·외교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과학자가 거론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국내 화산학자들과 지질자원연구원 등은 북한과의 공동연구를 위한 다양한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며, 2~3개의 세부적인 연구모델까지 마련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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