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지경부의 전화위복

전화위복(轉禍爲福).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뜻이다. 요즘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한 무역기관의 인사 흐름을 보면 이 사자성어만큼 딱 들어맞는 말을 찾기도 힘들다. 지경부는 지난 9월15일 사상 초유의 전국단위 순환정전 사태가 터지면서 초토화됐다. 결국 이 일에 책임을 지고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옷을 벗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전력대란의 피해자는 지경부가 분명했다. 하지만 일이 묘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다. 최 장관이 물러나면서 지경부 출신 차관들이 줄줄이 수혜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지경부의 산하 외청인 중소기업청장(차관급) 출신인 홍석우 코트라 사장이 최 전 장관의 후임으로 이달 중순 과천에 입성했다. 지경부가 부처 출신 장관을 들인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인 만큼 내부는 환영 일색이다. 또 홍 장관이 그만 둔 코트라 사장직에는 오영호 무역협회 부회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 부회장 역시 지경부 차관 출신이다. 더구나 오 부회장이 코트라 사장에 오를 경우 그 자리에는 안현호 전 지경부 차관이 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물론 아직 코트라와 무역협회 인사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만일 이 같은 구도가 현실화될 때에는 최 전 장관이 물러남으로써 지경부 차관 출신 3명이 잇따라 영전을 하게 된다. 기획재정부 출신인 최 전 장관이 유탄을 맞은 뒤 전력 사태 책임부처인 지경부의 고위 관료들이 수혜를 입는 셈이다. 홍 장관은 코트라 사장을 불과 120일만 하다가 장관에 '깜짝'취임했다. 안 전 차관 역시 불과 한 달 전에 한전 사외이사에 취임했다는 점에서 무역협회로 자리를 옮길 경우 '단명 이사'가 될 공산이 크다. 물론 지경부의 전직 세 차관들이 정전 사태의 원인 제공자는 아니다. 당연히 책임선상에서도 한 발 비켜 서 있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정전 사태의 주무 부처가 지경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일로 해당 부처 출신의 고위 관료들이 줄줄이 수혜를 보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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