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던 A(27)씨는 한 증권선물투자회사에 합격 통보를 받고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취업조건으로 증권선물계좌 개설을 강요 받았다. 계좌를 개설해 돈을 입금하면 매일 인센티브 10만원이 지급되고 원금은 수습기간 후 돌려준다는 얘기였다. A씨는 일단 취업부터 하자는 마음으로 1,500만원을 대출받아 개설한 계좌에 입금했으나 회사는 대출금만 가로채고 종적을 감췄다.
# 1년 넘게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A(28)씨는 모 제조업체의 홍보팀 구인 공고를 보고 입사지원해 합격했다. 하지만 출근 후엔 자신이 지원했던 분야가 아닌 영업직 교육이 이어졌다. 가족과 지인에게 제품을 팔라는 강요를 받기도 했다. A씨가 이에 항의하자 회사는 홍보팀으로 지원하기는 했지만 처음 1년은 영업을 해야 하는 것이 내부규정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취업난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구직자들의 불안감과 초조함을 악용한 취업사기가 적지 않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지난해 12월 구직자 54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7.2%가 구직활동 중 취업사기 피해 경험을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고용조건의 허위 및 과장'이 37.3%로 가장 많았고 '다단계 유입'(19.5%), '학원수강 및 교육 등의 취업조건 제시'(15%), '영업강요'(10.9%), '교재비 등 금품요구'(8.6%) 등의 순이었다.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구직자 역시 6.4%나 됐다.
피해유형을 살펴보면 직원채용을 하는 것처럼 모집공고를 올리고 면접을 보러 오면 물건을 판매하려 하거나 수강생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 배우면서 취업할 수 있다는 기업은 학원생을 모집하는 학원으로 봐도 무방하다. 홍보직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내고 판매나 영업을 요구하는 경우나 사무직으로 채용공고를 내고 생산직으로 발령을 내는 업종변경형도 적지 않다. 회원 가입만 해도 돈을 벌 수 있다고 하거나 약간의 투자로 목돈을 벌 수 있다고 하는 기업은 십중팔구 다단계 기업일 확률이 높다. 근거 없이 높은 임금을 제시하는 기업도 한 번쯤 의심해 보아야 한다. 문의를 했을 경우 일단 방문해 보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는 기업도 주의 대상이다.
이와 같은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입사지원 기업을 철저히 확인해 봐야 한다. 취업사기 기업을 살펴보면 대체로 회사명이 대기업의 계열사 같은 느낌을 주거나 그럴 듯한 외래어로 치장하여 특별한 업무 내용 없이 정규직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내는 곳이 많다. 인터넷 취업사이트에서 공고를 볼 때 모집내용만 보지 말고 기업정보도 클릭해서 사업내용이나 비전, 매출액, 종업원 수 등을 꼼꼼하게 열람하도록 한다.
모집공고를 반복해 장기간 올리는 기업도 일단 의심할 필요가 있다. 직원을 자주 채용한다는 것은 결원이 계속 발생한다는 것이며 직원들이 그만둘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위치나 연락처는 같은데 회사명이 매번 다르게 등록되는 기업도 주의해야 한다.
면접을 볼 때는 신용카드를 아예 가져가지 않는 것이 좋다. 합격을 담보로 상품 구매 등을 요구하는 사기를 미리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해외취업과 관련된 채용공고는 지원하기 전에 반드시 고용노동부의 등록업체인가를 확인해야 한다. 취업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피해 사례와 유형을 알아보고 취업사기를 저지른 기업 이름을 알아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최근에 인터넷 취업사이트에 입사지원서를 공개하는 구직자가 많아지면서 기업이 먼저 입사 제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은 기쁜 마음에 별다른 의심 없이 기업에 면접을 보러 가게 된다. 하지만 이 경우도 구직자의 취업 욕구를 이용한 사기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기업이 자신의 입사지원서를 어떤 경로를 통해 보게 됐는지를 확인하고 담당자 이름이나 연락처, 업무내용을 물어봐야 혹시 모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도움말=커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