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협상 타결로 빗장이 풀린 이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가운데 중국이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을 따내며 선수를 쳤다. 이에 질세라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경제사절단을 파견하고 투자펀드를 조성하는 등 이란 공략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알리 악바르 살레히 이란원자력청(AEOI) 청장은 중국과 원자력발전소 2기를 건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란 남부 마크란 해변 지역에 100MW급 원전 2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살레히 AEOI청장은 "우리는 향후 2∼3년 안에 원전 4기를 새로 지을 것"이라며 "이번 대규모 원전 건설에 2만여명의 노동자들과 기술자들이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이 먼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이란과 지속적으로 우호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서방국가들이 이란에 경제제재를 가할 때 오히려 에너지 분야 등의 경제협력을 강화했고 핵협상 과정에서도 이란을 지지하며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은 이란 핵협상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며 "이란은 중국의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중동 최대 시장인 이란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폭스바겐·지멘스 등 대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경제사절단을 구성해 테헤란을 방문했다. 앞서 스위스는 핵협상이 잠정 타결된 4월2일 경제사절단을 파견했고 스페인도 오는 9월 사절단을 보낼 예정이다.
유럽 등 서방국들은 에너지뿐 아니라 증시·자동차·항공·소비재 등 거의 전 부문에 걸쳐 투자를 물색하고 있다. 특히 저평가된 이란 증시에 관심이 많다. 이란 증시 시가총액은 1,000억달러(약 116조5,900억원) 규모로 그동안 해외에 개방되지 않아 성장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프랑스 자동차 업체 푸조도 이란 투자기회를 잡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과거 이란에서 탄탄한 입지를 자랑했던 푸조는 현지업체와의 합작생산 방식을 도입하는 등 연간 40만대의 판매목표를 세우고 영광 재연에 나섰다.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도 천연가스 개발사업을 검토 중이며 폴란드 최대 정유사 PKN도 이란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