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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칠암 비피에스 사장은 지난 2003년 전자제품을 담는 플라스틱 용기(Tray)를 만드는 업체로 첫 사업을 시작했다. 코오롱에서 직장 생활을 했던 터라 코오롱이 필요로 하는 용기를 생산해 납품하면 괜찮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처음 2년 간은 그럭저럭 업체를 꾸려갔지만 코오롱이 관련 사업을 정리하면서 회사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우연히 LG에 1년간 대량 납품할 기회를 잡아 위기를 모면했지만 김 사장은 그 때 사업전환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중국업체가 조금씩 시장을 잠식하는 데다 플라스틱 용기를 만드는 아이템 자체가 큰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동종업체가 우후죽순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운 아이템을 모색하던 김 사장은 노키아의 1차 협력업체인 KH바텍이 휴대폰 케이스 후가공을 담당해 줄 업체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KH바텍은 품질이 뛰어나면서도 공정시간을 줄일 수 있는 2차 협력업체가 있으면 낮은 가격으로 승부하는 중국업체들에도 충분히 맞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김 사장은 2006년 KH바텍의 생각에 공감해 휴대폰 케이스 후가공 업체로 전환을 결심했다. 비피에스는 KH바텍과 운영체계를 논의한 결과 기존 소규모 휴대폰 업체들과 달리 프레스-CNC가공-연마 공정을 한꺼번에 처리하기로 했다. 기존 업체들은 각 공정 중 한 가지씩 담당함으로써 공정이 끝난 후 제품을 또 다른 공장으로 넘겨야 하는 시간적, 물질적 비용이 컸다. 비피에스는 모든 공정을 함께 담당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은 물론 공정간 피드백도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김 사장은 중소기업청에 사업전환 지원을 신청해 19억원의 순수시설자금을 융자받아 공장을 증축할 수 있었다. 또 협력업체인 KH바텍으로부터 기술인력을 지원 받아 품질을 높였다. 그 결과 비피에스는 플라스틱 용기를 생산하던 2005년에는 약 23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2006년에 56억원, 지난해에는 7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업종전환으로 3배가 넘는 매출액 신장을 이룬 것이다. 7명이었던 직원수도 현재 85명에 이른다. 김 사장은 “사업정책 자금지원과, 원청업체와의 협력, 직원들의 노력이라는 삼박자가 맞아 들어간 결과”라고 사업전환 성공의 비결을 말했다. 현재 비피에스는 또 한번의 사업전환을 준비 중이다. 휴대폰 케이스 후가공 사업을 지속하는 한편 PVD(Physical Vapor Deposition)라는 표면처리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PVD는 일종의 표면코팅기술로 일반적인 도금이나 스프레이 분사와는 달리 금속, 유리 등 어떤 표면이든 정교하게 코팅처리할 수 있다. 전기를 이용해 코팅물질을 기체로 만들어 원하는 표면에 고르게 입히는 원리다. 코팅 물질은 주로 티타늄을 이용해 환경과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김 사장은 “흰색을 제외한 모든 색이 구현 가능하다”며 “기술 개발에 주력한 결과 각도에 따라 보이는 색깔이 달라지는 ‘멀티코팅’도 현재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PVD를 휴대폰 케이스 후가공과 함께 회사의 주력사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아래 중기청에 또 다시 사업전환지원자금을 신청, 지난달 승인을 얻어 시설자금으로 12억원을 융자받게 됐다. 김 사장은 “비피에스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다”며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며 변화하고 발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핸드폰케이스 후가공은 마그네슘 재질의 케이스를 가공해 완제품으로 조립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공정을 일컫는다. 이 공정은 프레스-CNC가공-연마 라는 세단계를 거친다. 프레스는 거친 형태의 케이스 원판을 기계에 넣고 눌러서 필요한 곳에 구멍을 내거나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다. CNC공정은 CNC기계를 이용한 정밀 가공공정이다. 거친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거나, 이음새 부분을 깎는 등의 정밀한 작업을 한다. CNC공정을 거치고 나면 케이스 표면에 찌꺼기가 남거나 미세한 이물질이 끼게 되는 데, 이를 처리하는 마무리 단계가 연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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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