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중국 총리가 이례적으로 중국의 과도한 외환보유에 대해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킬 수 있어 골칫거리"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금융당국인 인민은행 수장이나 국책연구원의 저명한 학자들이 넘치는 외환의 위험성을 경고한 적은 있지만 총리가 직접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 총리는 11일(현지시간) 아프리카 4개국 순방 마지막 방문국인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많은 외환보유액이 중국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 총리는 이어 "전반적인 무역수지 불균형 심화는 중국 거시경제 운용에 엄청난 압박을 가할 수 있다"면서 "중국은 케냐를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와의 무역흑자 규모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1·4분기에만도 1,290억달러가 늘면서 3조9,50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2·4분기 말에는 4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세계 외환보유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액수로 세계 2위인 일본에 비해서도 2조8,500억달러가 많다.
풍부한 외환보유액은 금융위기의 충격을 방어하고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 국가신용도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빠른 채무증가와 그림자금융 등 리스크를 안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든든한 달러는 안전판이 된다.
하지만 시중 유동성과의 연관관계를 따지면 중국 정부에 4조달러 가까운 외환보유액은 골칫거리다.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면 인민은행이 보유한 위안화나 발권을 통해 상업은행으로부터 더 많은 외화를 사들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의도하지 않은 유동성이 시중에 풀리게 돼 물가상승과 통화가치 하락을 이끌게 된다. 부동산 거품과 그림자금융 등 리스크에 통화긴축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외환보유액이 부담스럽다. 위용딩 중국 사회과학원 교수는 "외화보유액이 늘어나면서 1달러당 발생하는 한계비용이 잠재 수익률을 훨씬 웃돌게 되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외화보유액이 생산을 저해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외환보유액이 미국 국채에 집중돼 있는 점도 문제다. 미국 국채가 장기간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이미 중국 외환보유액의 투자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 외환보유액 중 대외순자산 1조9,700억달러의 수익률은 -3%를 나타냈다. 반면 외국의 대중국 직접투자와 지분투자의 수익률은 23%에 달했다. 결국 수출 등으로 벌어들인 돈을 외국의 투자수익 보전에 고스란히 갖다 바치는 꼴이 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외환보유액 증가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의 데이퍼링(양적완화 축소)로 대다수 신흥국들이 자본유출과 외환보유액 감소를 우려하는 상황에도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 증가는 무역에 의한 경상이익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다. 중국 경제가 둔화세를 보이며 수출도 꺾이기는 했지만 세계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며 수입액도 줄어들었다. 여기다 위안화 가치상승과 금리차를 겨냥해 유입된 투기자본도 중국의 외환보유액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외환보유액 증가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 간섭을 줄이고 환율을 자율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앞서 중국이 3월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기존의 ±1%에서 ±2%로 확대한 것도 이 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중웨이 베이징사범대 금융연구센터 교수는 "시장 수급에 따라 환율이 형성되면 환투기 수요가 줄게 되고 이는 중국으로 유입되는 핫머니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