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럼 2014] "스타트업이 클 수 있게… 기술기반 산업 생태계 만들어야"

메인 스피커,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
"한국, 진보적 기술혁신 분야 경쟁력 떨어져"
지한파 경제학자… 다보스포럼 강의로 명성


"스타트업(Start-Up·새로 창업한 기업)이나 기술기반 소규모 기업이 번성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선행돼야 합니다. 한국의 미래 경제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버클리) 경제학·정치학 교수는 '서울포럼 2014' 개막을 3일 앞둔 18일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조언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21~22일 서울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기술이 미래다-창조·융합·도전'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서울포럼 2014의 둘째 날 제1세션 '창조'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한국 경제 재도약을 위한 기술혁신 필요성에 대해 강조할 예정이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한국의 경제가 기술혁신을 통해 새롭게 도약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이에 대해 언급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 조건이란 다름 아닌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활약이다.

그는 "한국은 과학자나 엔지니어, 숙련된 기능공과 고급 두뇌, 열린 경제구조 등 기술혁신을 위한 필수 요소를 갖추고 있다"며 "다만 기술적 선도자(technical frontier) 역할이 여전히 일부 재벌(Chaebol) 기업에 몰려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기술혁신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이 많은 부분을 이끌고 있다"며 "한국은 거대한 코끼리(재벌 기업)의 발밑에 스타트업이 깔려 뭉개지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분명히 해야 한다"고 뼈아픈 지적을 했다. 아이켄그린 교수의 이 같은 분석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 기업의 연구개발(R&D) 구조, 경제발전사 등 한국의 경제환경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한국의 정보기술(IT) 및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는 "둘 다 높은 수준"이라며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특히 더 경쟁력이 있으며 이는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이 잘하는 진보적인 기술혁신이라는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대표적인 지한파 경제학자다. UC버클리 인터넷 홈페이지 내 그의 사이트에는 '기적에서 성숙으로'라는 저서가 발간 서적 목록의 가장 위에 있다. 이 책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기획해 올해 3월 내놓은 한국 경제 성장 연구서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드와이트 퍼킨스 하버드대 아시아센터 소장 및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책을 공동 집필했다. 그가 한국의 산업과 경제현황을 꿰뚫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연구 및 저술활동을 바탕으로 한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외환위기 이전보다 낮아진 것은 경제가 성숙단계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저성장 기조를 지나치게 우려하기보다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아이켄그린 교수를 비롯한 공동 저자들의 결론이다. 특히 이들은 책에서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한 성장 초기에는 정부가 성장동력이 되는 산업을 결정하고 자본을 투입하는 방식이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경제주체 각각의 수준이 월등하게 높아진 현 단계에서는 성장률을 파격적으로 높이는 손쉬운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중심의 기술혁신만이 재도약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이어 "이제는 더 이상 모방할 만한 역사적 사례는 없고 오로지 가설을 기반한 미래가 존재한다"며 "이 같은 미래에 승부를 거는 것은 관료나 정치인보다 시장이 더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켄그린 교수 2007년부터 한국은행 경제연구소의 해외 자문으로 활약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과 대응방안 등을 조언하고 있기도 하다. 거슬러 올라가면 국제통화기금(IMF) 자문위원을 역임했을 당시에는 한국의 외환위기를 연구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본래 국제통화·국제금융 분야의 대가다. 일본 엔화의 가치 변화를 설명한 최근 연구가 가장 유명하다. 2008년 이후 미국과 유럽의 경제위기 때문에 일본의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인기를 모았는데 이에 따른 엔화 강세 때문에 일본 수출이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났다. 안전자산이라고 인식된 통화가 오히려 해당 국가의 짐이 되는 현상이다. 이는 '안전통화의 저주(curse under safe haven)'라고 이름 붙였다.

이 같은 세계 경제에 대한 다양한 연구성과를 인정 받아 그는 2010년 국제슘페터학회에서 슘페터상을 수상했다. 강연 실력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의 단골강연자이며 2004년에는 UC버클리 명강의상을 받기도 했다.

◇배리 아이켄그린 약력

△1952년생, 미국 예일대 경제학 박사

△미국 UC버클리캠퍼스 경제학과 교수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자문교수위원장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한국은행 자문위원

△전 국제통화기금 (IMF) 수석 자문위원(1997~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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