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점화 되는 '오일쇼크'] <7> 감산 유혹받는 OPEC

국가채무 눈덩이…복지재원 마련도 발등의 불
"감산은 선택아닌 생존"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과 러시아가 31일 이란을 UN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기로 의견을 모은 가운데 영국의 세계 에너지연구센터(CGES)는 최근 주목할 만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유가급등의 장본인인 이란 문제가 설혹 조기에 해결돼도 유가가 기준 유가(배럴당 56.2달러)보다 6.5% 높은 59.9달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그 이면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이 작용하고 있다. OPEC 감산은 이란 경제제재 못지않게 고유가시대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문제는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OPEC이 감산 조치를 끊임없이 단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저유가시대를 거치면서 치솟은 국가부채, 복지정책 확대에 따른 재원마련 등 여러 면에서 오일머니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11개 OPEC 회원국이 올해 석유수출로 벌어들이는 돈은 지난 2005년보다 10% 증가한 5,22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현재의 경제구조와 원유고갈 이후를 준비하는 이들 국가에게 5,000억달러의 돈은 성에 차지 않는다. 이란 핵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는다면 OPEC은 3월에 열리는 총회에서 감산 카드를 꺼낼 것이 분명하다. OPEC 입장에서 감산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카드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풍요 속 빈곤에 처한 OPEC=고유가는 OPEC에 엄청난 부를 안겨다주고 있다. 석유수입금이 2005년 4,731억달러에서 올해 5,219억달러로 10% 급증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쿠웨이트는 이에 힘입어 4년 연속 재정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예상치 못한 고유가로 넉넉한 재정을 유지하는 등 OPEC은 고유가가 준 뜻밖의 선물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속을 보면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우선 부채가 만만치 않다. 유가가 유일한 수입원인 이들 국가의 경우 저유가시대를 거치면서 국가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우디는 부채가 GDP의 90%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란도 국가의 절대부채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원유고갈 이후를 대비한 산업육성과 복지ㆍ국방예산 확대로 인해 일부 OPEC 국가는 세금걷기에 혈안이 돼 있다. 쿠웨이트는 그간 걷지 않았던 개인소득세 및 판매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빈곤의 한 단면은 석유수출로 거두는 총 수입은 늘었으나 인구증가ㆍ인플레이션 등으로 1인당 수입금은 오히려 줄어든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2005년 기준 1인당 수입금은 844달러 수준으로 이는 80년도의 45%에 불과하다. 아울러 1인당 수입금은 향후 지속적으로 감소할 전망이어서 OPEC를 더욱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세계를 상대로 한 OPEC의 미증유의 실험=이런 상황 속에서 OPEC의 유일무이한 목표는 자국의 석유가치를 극대화 하는 것이다. 가치 극대화는 곧 고유가를 의미한다. 문제는 세계 경제가 감내해낼 수 있는 고유가 수준이다. 현재 OPEC은 이를 놓고 미증유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과거 오일쇼크가 석유 수요 감소로 연결되면서 OPEC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저유가 시대를 열었다는 점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OPEC의 현재 꼼수는 세계경제가 60달러 혹은 70달러에도 석유 수요 감소 없이 견실한 성장세를 이룰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40달러, 50달러의 벽을 넘어 세계경제가 60달러에도 견딜 수 있다는 징후가 보인다면 OPEC은 주저 없이 70~80달러를 목표로 한 정책을 구사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석유공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고유가가 석유 수요 감소로 연결되지 않으면 그들(OPEC)은 주저 없이 적극적인 감산 카드를 활용, 고유가를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OPEC의 석유 보유량은 전세계의 78%를 차지하고 있으며 생산량도 40%다. 지정학적 불안요인이 사라져도 OPEC의 한 마디에 석유시장이 들썩거리기에 충분한 규모다. . 유가가 오르면 재고도 줄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특히 미국은 고유가 속에서 원유재고 확보에 적극적이다. 원유시장을 흔드는 OPEC이 필연적으로 감산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들은 꿰뚫어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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