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기업에 경영권 방패막이 없는 것은 정부 책임이 큽니다. 그 공백을 잘 아는 외국 헤지펀드들이 알박기를 한 것이 이번 엘리엇의 삼성물산 투자입니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신장섭(사진)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14일 상하이 주중 한국총영사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엘리엇의 공격에 대해 "정부가 기업의 경영권 방어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신 교수는 총영사관이 개최한 무역포럼의 기조연설을 위해 상하이를 방문했다. 그는 엘리엇 사태에 대해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역사'를 설명하며 "한국정부는 지난 1970년대부터 성장의 과실을 국민과 나누도록 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의 상장을 적극 유도했고 이 때문에 오너가 지분은 5% 수준으로 대폭 낮아졌다"면서 "또 경영권의 최후 보루가 '순환출자'였는데 이마저 금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기업의 이 같은 취약성을 잘 아는 외국계 헤지펀드가 알박기를 하고 기업 목줄을 죄고 있다"면서 "정부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금지한 순환출자를 일부 재허용하면서 숨통을 터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교수는 순환출자에 대해 "일본·싱가포르 등도 허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기업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한 바 있다.
신 교수는 또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주주가치를 훼손했다"고 비판한 데 대해 "합병 발표 후 양사 주가가 20%가량 올랐는데 어떻게 주주가치가 훼손됐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합병 발표 후 오른 주가가 합병 무산으로 떨어지면 그것이 바로 주주가치 훼손"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삼성물산 합병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을 향해 "(주총에서)기권은 사실상 반대나 마찬가지로 찬성과 반대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만 있다"며 "합병에 찬성하는 쪽으로 보도가 나왔는데 이는 한국경제 전체의 공공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이와 함께 국민연금의 의결권 결정 과정에 대해 "의결권위원회가 공공성을 앞세워 법에도 없는 권한을 행사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기업 경영권이 2세·3세로 승계되는 것을 법이 막고 있지도 않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막는 것도 아닌데 국민연금 의결권위가 그런 권한을 행사하려고 한다"며 "이는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마지막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국민은 어떻게 보고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냐"고 묻자 "과연 '삼성과 엘리엇 중 누가 한국 경제에 기여했는가' 물어보면 답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