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 전문업체 도약 부푼꿈

■ 대우조선 고재호號 출범… 거제 옥포조선소에선
신임 사장 "직원 소통 강화"에 현장 곳곳 활기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직원들이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인 클로브호 위에서 파이프 설치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바다 위의 정유공장' 클로브호 파이프 설치 작업에 쉴 틈 없어
"기술 인정" 글로벌사 잇단 발주… 말聯·앙골라 등서도 계약 기대
상반기 30억달러 수주 가능성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4일 고재호 사장 체제로 새롭게 출발하고 사흘째를 맞는 6일 경상남도 거제시 옥포조선소는 세계적인 해양플랜트 전문업체로의 도약을 향한 강한 기운이 움트고 있었다.

거제 앞바다에 거대한 위용을 뽐내며 떠 있는 부유식 원유생산ㆍ저장ㆍ하역설비(FPSO)인 '클로브(CLOV)호' 위에서는 현장 근로자들이 파이프 설치작업을 하느라 손 쉴 틈이 없을 정도였다.

유조선 형태의 외양을 지닌 클로브호는 길이가 305m에 이르며 대우조선해양이 프랑스 석유메이저인 토탈로부터 2010년 2조1,400억원에 수주해 오는 2013년 5월 인도될 예정이다.

클로브호가 접안한 안벽 바로 옆 육상 해양플랜트 작업장에서는 선체 위에 얹을 정유설비 생산작업이 한창이었다. 수많은 파이프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설비들은 SK에너지ㆍGS칼텍스 등 정유공장의 생산설비와 비슷했다. 이 설비들은 클로브호가 해상 유전에서 뽑아 올린 원유에서 물과 진흙ㆍ가스 등 불순물을 분리해 정제하는 역할을 한다. 육상에서 건조된 10여개의 원유 정제설비 모듈이 거대한 크레인으로 선체 위에 얹어지면 클로브호는 비로소 '바다 위의 정유공장'으로 거듭나게 된다.

클로브호가 2013년 토탈에 인도되면 앙골라 해상에 위치한 수심 1,200m의 유전지역에서 원유를 생산ㆍ정제하고 저장했다가 유조선에 옮겨 싣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클로브호는 고 신임 사장 체제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해양플랜트 도약' 프로젝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를 해양플랜트 전문업체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있으며 이르면 상반기에 30억달러를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 내 대표적인 '영업통'인 고 사장이 취임한 뒤 현장 직원들의 기대감 또한 커지고 있다. 야드(조선소 야외작업장) 관계자는 "고 신임 사장은 해외 선주들과 관계가 돈독한데다 취임 이후 현장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어 야드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클로브호는 글로벌 석유 메이저가 특정 조선사에 해양플랜트를 연속으로 발주하지 않는다는 업계의 관행을 깨 주목 받았다. 토탈은 이미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FPSO인 '파즈플로호'의 건조작업이 진행 중이던 2010년 또 다른 FPSO인 클로브호의 건조계약을 대우조선해양과 체결했다. 그만큼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건조능력을 신뢰한다는 것이다.

해상에서 원유나 가스를 탐사하고 생산ㆍ저장하는 해양플랜트는 국내 조선사들이 세계 경기침체로 일반 상선 발주가 급감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세계 1위 조선강국의 자리를 굳혀나갈 수 있는 비장의 무기다. 권민철 대우조선해양 생산관리팀 전문위원은 "전세계에서 FPSO 같은 해양플랜트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해양플랜트시장 진출을 노리는 중국도 기술 및 경험 부족으로 앞으로 10년 정도는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수년 전부터 기존의 상선 위주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착실히 준비해왔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7~8년 전부터 상선과 해양플랜트 부문 설계 및 생산관리 업무를 통합했으며 육중한 해양플랜트 작업을 위해 지반을 강화한 '헤비존'도 마련했다.

향후 해양플랜트 수주 전망도 밝다. 대우조선해양은 조만간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액화천연가스(LNG) FPSO, 앙골라 마푸메리아 해상플랫폼, 베트남 블록B 광구 해상플랫폼 등의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 해양플랜트는 건당 계약금액이 각각 10억달러 안팎에 이른다.

대우조선해양은 전체 수주액 중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을 지난해 45% 수준에서 올해 70~80%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미 올 들어 현재까지 수주액 35억달러 중 60% 넘는 22억달러를 해양플랜트로 채웠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고유가와 일본 대지진에 따른 원자력발전 포기 및 LNG 수요 증가, 미국의 LNG 수출 재개 등에 힘입어 해양플랜트시장은 앞으로 2~3년간 호황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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