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잇단 악재에 한숨만 푹푹

국방부의 상무부대 축소 방침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베팅 액수제한을 위한 전자카드제 추진으로 체육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서울경제DB

최근 잇따른 외부 악재로 체육계의 한숨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스포츠토토의 전자카드제 도입으로 체육진흥기금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데다 국방부가 최근 국군체육부대(상무)를 축소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혀 체육계는 깊은 수렁 속으로 발목이 빠져들고 있다. 이에 체육계 인사들은 정부가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할 경우 스포츠 강국의 위상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며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상무 부대 종목·병역혜택 대상 축소 추진에
"한참 왕성한 시기에 연습 못해 경기력 저하"
◇병역 혜택 축소, 경기력 저하 우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20'을 통해 오는 2014년까지 상무 부대를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운영 중인 야구, 축구, 양궁 등 25개 종목에서 20개를 없애고 육상, 수영, 태권도, 사격, 바이애슬론만 남길 방침이다. 이에 따라 상무지원병력도 현재 600명에서 150명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전자카드제 도입하면 체육진흥기금 흔들
재원 절반넘게 줄어 꿈나무 육성 좌초 우려
대한체육회는 지난 24일 이에 반발해 "운동선수에게 2년 이상의 일반병 군복무는 사실상 운동을 포기하라는 뜻과 다름없다"며 "운영 종목의 축소는 우리나라 체육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된다"는 취지의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건의문에서 알 수 있듯이 체육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점은 경기력 저하. 1984년 출범한 상무는 아시안 게임에서만 금메달 51개, 은메달 55개, 동메달 63개를 뽑아냈다. 올림픽에서도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금6개, 은 5, 동 6개의 수확을 일궈냈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일궈낸 야구 국가대표팀의 이종욱(두산) 등은 상무가 있어서 야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 윤병선 대한양궁협회 사무국장은 "군 입대할 나이인 20대 초중반이 경기력이 가장 왕성한 시기"라며 "일반병 근무를 하게 되면 연습을 못 하게 돼 경기력이 떨어지는 건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자카드제 도입, 꿈나무 육성 좌초위기= 남자 운동선수들의 군 복무 문제와 더불어 체육진흥기금의 감축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국무총리 산하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도박 중독을 막기 위한 취지로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의 전자카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카드제가 도입되면 체육진흥기금의 재원인 스포츠토토의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대한축구협회, 한국농구연맹, KRA한국마사회 등은 체육 꿈나무 육성, 경주용 마필 생산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8년간 체육진흥기금을 통해 대한축구협회, 한국농구연맹 등에 투입된 유소년 지원 사업금은 약 700억 원. 스포츠토토 측은 전자카드제가 도입되면 해마다 증가해 온 체육인재 양성 지원금이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원재 대한축구협회 홍보부장은 "그 동안 체육진흥기금이 초중고 축구장 인조잔디 보급, 축구공 등 용품 지원 등에 쓰였다"며 "체육진흥기금이 줄면 유소년 축구육성 사업이 위축되고 세계적인 선수 배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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