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발효후 3개월내 ISD 재협상"

李대통령 국회 방문 "美에 요구" 제안
與 "파격적 발언" 野 "새로울 것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오후 국회를 방문해 로텐더홀 접견실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초당적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애국심을 발휘했으면 좋겠다"며 한미 FTA 비준안 처리에 대한 협조를 손 대표에게 주문했고 손 대표는 "(한미 간에) 이익의 균형이 깨져서는 안 된다"며 난색을 표명했다. /왕태석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국회를 방문해 박희태 국회의장 및 여야 지도부와 면담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최대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FTA 비준동의안 처리 후 3개월 안에 재협상하자고 미국 측에 제안하겠다는 새로운 안을 내놓았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이 대통령과의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ISD와 관련한 새로운 제안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게 무슨 새로운 제안이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반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대통령이 파격적 발언을 하고 갔다. 빈손인 줄 알았는데 파격적이었다"며 "ISD에 대해 파격적인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를 찾아 박 의장, 홍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만나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강력하게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의 모든 경쟁 속에 (우리가) 뒤처지지 않을까 조바심이 난다"며 "오늘은 정말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초당적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애국심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하와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일본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이 최대 화제였음을 지적하며 "일본은 아마도 한국이 굉장히 앞서고 있고 (자신들을) 추월한다고 과장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세계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국민이 힘을 모으고 정치가 힘을 모으고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며 정치권이 힘을 모아 한미 FTA를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도 공화당 내 반대가 있었음에도 FTA를 가결한 사실을 거론하며 "우리도 민주당 정권에서 (FTA 협정을) 해서 한나라당까지 왔다. FTA가 (비준) 되면 내년에 개방되고 내후년 새 정권이 탄생하면 효력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일본도 (TPP) 문제를 결국 초당적으로 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세계 모든 나라가 경쟁 속에서 조바심을 갖고 있다. 행여 뒤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 의장 입회하에 부탁을 드리고 싶다"며 "나는 대통령으로서 내 역할을 하겠다는 심정을 말씀 드린다"고 거듭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전날 밝혔던 '공수래공수거'론을 그대로 반복하며 한발도 물러나지 않았다. 손 대표는 "저희 입장은 변한 게 없다"며 "우리가 제시한 10+2와 대통령께도 말씀 드린 대로 최소한 ISD는 경제주권에 관한 문제인 만큼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앞서 이 대통령의 국회방문을 거부했다 받아들인 것을 언급하며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이 오시는데 잔치가 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새로운 말씀을 하실 거 없이 오시는 데 대해 일방처리 수순밟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17~1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과 20~21일 필리핀 국빈방문을 위해 17일 출국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순방기간을 전후해 여야가 한미 FTA에 대한 합의에 다가가지 못할 경우 여당이 강행처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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