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래서야 국적기 안심하고 타겠나

국적 항공기의 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6일 3명의 안타까운 목숨을 앗아간 아시아나항공기의 샌프란시스코 공항 사고에 이어 이번에는 대한항공 여객기가 일본 니가타 공항에 착륙하다가 활주로를 이탈했다고 한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또 한번 대형 사고가 일어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불과 보름 전에도 아시아나기가 고도를 너무 낮게 잡아 재이륙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무서워서 국적기 타겠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항공기의 사고발생 확률은 100만분의1도 채 안 된다. 거리를 기준으로 보면 철도나 버스에 비해 사망자 수가 10분의1에 불과하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번 일어나면 수백명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갈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한달 사이 국내 항공기가 세 번이나, 그것도 모든 여객기가 정상착륙을 하지 못했다. 이쯤 되면 단순히 기기 또는 공항 탓으로만 돌리기는 힘들다. 우리 항공사의 안전 시스템 어딘가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최근 항공기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하지만 잇따른 사고는 자칫 국적기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활주로 이탈 소식이 전해지자 국토교통부가 조사단을 구성해 대한항공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하는 등 발 빠른 대응을 보인 것은 잘한 일이다. 정비부터 운항규정 준수, 조종사 과실 여부 등 모든 것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강력한 제재조치도 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용자들의 불안을 막을 수 있다.

항공사들도 자체점검을 강화해야 한다. 안전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조종사 교육에는 문제가 없는지 정밀한 진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신인도 추락은 물론 우리 국민으로부터도 외면 당할 수 있다. 안전 앞에는 애국심도 그 어떤 명분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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