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갈등 이렇게 풀자

사람이 둘 이상 모이는 조직이 형성되면 다툼이라는 것이 생기기 마련이다. 다툼의 근본적인 바탕은 `생각의 차이`때문일 것이다. 각자가 자기 입장에 서서 “자기는 옳고 상대방은 틀리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정에서의 부부간의 사사로운 문제를 비롯해 크게는 흑백갈등, 성차별, 정당간 이슈, 노사 분쟁, 의약분업, 종교전쟁, 이데올로기 분쟁 등 `극과 극`의 대립이 전개되는 사회적 현상은 참으로 다양하다. `지역이기주의`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갈등의 현상은 조직에서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사일로(Silo)`, 또는 `굴뚝(Chimney)`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사일로 안에서는 대화가 잘 통하지만 사일로 밖으로는 전혀 대화나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사회적 갈등현상의 형태나 규모는 각기 다르지만 한가지 공통적인 특징은 `사람에 대한 관심`, 즉 `케어(Care)`의 존재여부가 갈등을 유발하는 발단이 되기도 한다. 상대방에 대한 관심의 부족이 불만과 오해를 불러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극과 극의 대립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조선시대에 당파싸움을 근절하기 위한 탕평책이나 남녀간의 성차별 방지대책, 흑백평등 실현을 위한 정책, 노사간의 타협을 위한 노사정 협의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갈등해소의 흐름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처음에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자기중심적 생각으로 인한 갈등이 시작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으로 타협을 이루게 된다. 일련의 갈등과 분쟁의 해결과정을 정리해보면 갈등, 포기, 우정의 3단계로 진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먼저 갈등의 단계에서는 상대방의 환경과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입장에서 자신의 생각만을 말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자신의 생각만이 정답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상대방의 의견은 아예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처음 갈등 단계에서는 상대방의 단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상대방의 흠집내기에 열중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폭력적 시위나 전쟁의 수준으로까지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단계가 어느 정도 지나면 상대방에 대한 공격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생각이 들며, 서로 공격에 지친 단계로 진전되는 포기의 단계에 이른다. 이 단계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공격이 줄어들고, 더 이상 상대방으로부터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는 수비의 자세로 바뀐다. 갈등과 분쟁이 다소 수그러 들지만 상대방을 이해하는 단계는 아니다. 단지 서로 공격하기 위한 힘이 떨어지고 지친 상태에서 관망하는 자세로 바뀌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포기의 단계가 지나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우정의 단계로 접어든다. 자신의 생각을 버리고, 상대방의 처해있는 환경과 상황을 이해함으로써 타협과 양보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단계이다. 상대방에 대한 지극한 관심과 우정이 바탕이 되는 친구의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다. 우리 말에 “많이 싸우고 다툰 사람일수록 오래 기억에 남고 더 친해진다”는 것은 바로 이런 연유에서이다. 이러한 갈등의 해결 과정은 실제로 비즈니스에도 많이 적용된다. 예를 들면 회사 내에서도 영업부서와 개발부서가 극과 극의 대립관계를 보이는 대표적인 `사이로`라고 흔히 이야기 한다. 영업부서는 일반적으로 외향적이고 활동적인데 비해 개발부서는 내향적이고 꼼꼼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 부서간의 기본적인 성향의 차이로 초기에는 사사건건 갈등과 분쟁의 조짐이 보이지만, 좋은 회사에서는 갈등의 단계를 지나 두 부서간에 어떻게 화합하고 조화를 이를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우정의 관계를 이루는 것을 볼 수 있다. 공급자와 소비자의 관계, 회사와 노조와의 관계에서도 이러한 극과 극의 대립 현상이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공적인 조직은 초기의 극과 극의 대립관계를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상대방을 서로 이해하는 관계로 전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요즈음 우리 사회 안정화에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부산 화물노조 파업 등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면서 과연 우리는 상대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갈등을 해소하려는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 염려하게 된다. 사회 안정화는 남의 탓이 아니고 자기 탓임을 인지할 때 비로서 가능한 일일 것이다. 당국과 화물노조가 갈등의 단계를 지나 하루 빨리 서로 타협하고 조화를 이루는 우정의 단계를 회복하기를 바란다. 공권력이 개입되는 `또 하나의 분쟁`으로 점철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강세호(한국유니시스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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