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중소기업혁신대상] 기술강국 일본 넘는다

■ 작업환경 개선·수요자 요구 맞춤 설계


"일본의 기술력이 우리보다 앞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걸 모르겠다"

뒷모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앞서가던 일본이 어느새 손만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까지 좁혀지고 있다. 지금은 삼성, LG가 일본의 소니, 파나소닉을 넘어섰다 해도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불과 10년 전만해도 한국의 기업이 일본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이것이 비단 일부 대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중소기업, 그것도 한일간 기술격차가 심하기로 소문난 제조설비 분야에서 이 같은 조짐들이 엿보이고 있다.

인천에 있는 케이티엠테크는 금속튜브를 자동으로 생산하는 조관기 제조업체다. 이 회사는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편리한 작업환경을 무기로 일본기업의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다. 설비의 내구성이나 품질은 다소 뒤처지지만 가격경쟁력과 함께 비숙련공도 쉽게 설비를 조작할 수 있도록 작업환경을 혁신했기 때문이다.

연비나 주행능력으로 수동기어를 고집하는 운전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조작의 편리성으로 자동기어를 선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본의 설비는 미세조정이 가능하지만 고도의 숙련공이 아니고서는 작업하기 어려운 반면, 케이티엠테크는 복잡한 조정과정을 표준화해 간단한 조작으로 품질의 균일성을 얻을 수 있게 했다. 숙련공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케이티엠테크의 조관기가 대세로 자리잡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한비기계 역시 마찬가지다. 전용연삭기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중국 등 동남아시장의 주문확대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다양한 규격의 제품을 가공할 수 있는 범용연삭기와 달리 정해진 규격만 처리할 수 있는 전용연삭기는 말 그대로 일대일 맞춤설계를 통해서만 제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일본기업은 수요자의 요구보다는 기술적 우위를 앞세워 자신들의 스펙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었다.

한비기계는 한국이 강점을 지닌 IT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작업환경을 수요자의 요구에 맞게 요소요소 별로 혁신을 거듭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난공불락과도 같던 일본기업의 아성을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하기에 이르렀다.

비단 이들뿐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강소기업들은 각자 자신들의 분야에서 일본의 기술을 단순히 모방하는데 그치지 않고 창조적인 혁신을 통해 제2의 삼성, 제2의 스마트폰을 만들어 내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하고 백상경제연구원, 서울경제TV 등이 후원한 중소기업혁신대상에 선정된 기업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안광석 서울경제비즈니스 기자 business@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