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재건축 예정 아파트인 청실1차 102㎡형을 구입한 직장인 A씨는 최근 이 집을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매물로 내놓았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의 시행으로 마침내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는 설령 집은 팔더라도 분양권은 매매할 수 없었다. 현행 도정법은 투기과열지구(현재는 강남3구)에서 2004년 이후 재건축조합이 설립된 아파트에 대해 조합원 지위 양도 자격을 까다롭게 제한해왔다. 조합설립인가 후 3년 동안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했거나 사업시행인가 후 3년간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단지만이 분양권까지 매매할 수 있었고 그나마도 5년을 보유해야 가능했다. 하지만 오는 7일부터 도정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3년이던 제한 규정이 2년으로 줄어들고 5년의 의무보유 규정은 삭제된다. 더 많은 재건축 예정 아파트가 자유롭게 매매될 수 있게 된 셈이다. 2004년 이전에 조합이 설립된 재건축 단지도 수혜를 입는다. 이 아파트들은 전매 1회의 제한을 받아 한 번 거래되면 다시 분양권을 매매할 수 없었지만 역시 관련 규정이 완화돼 거래 가능 물량이 대거 풀리게 됐다. 도정법 개정으로 서울 강남3구에서 조합이 설립된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 제한이 크게 완화되면서 앞으로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 수혜단지에서는 차익실현을 노린 매물이 쏟아져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매제한 완화 수혜 단지=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규제완화에 직접적으로 수혜를 보는 단지는 ▦개포동 주공1단지 ▦대치동 청실1ㆍ2차 ▦반포동 한신1차 ▦잠원동 한신5ㆍ6차 등이다. 이중 규모가 큰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전체 5,050가구 중 500가구가량이 매매제한의 족쇄를 풀게 됐다. 이는 2004년 1월1일 이후 매매돼 명의를 바꾼 가구의 숫자로 조합 측이 추정한 거래량이다. 도정법 19조에 따르면 2003년 12월31일 이전에 조합이 설립된 아파트는 1회에 한해 전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앞서 이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은 언제든 명의를 넘길 수 있었지만 이후 매입한 사람들은 재산권 행사가 제한돼왔다. 개포주공1단지 조합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모든 아파트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서울 강남권에서 2,000~3,000가구가량이 거래 가능 물량으로 풀리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단기적으로는 악재로 작용할 듯=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들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면 단기적으로 집값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거래가 가능해진 아파트 모두가 매물로 나오지는 않겠지만 이중 일부만 시세보다 싼값에 거래돼도 시장흐름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소형의무비율 등 재건축 핵심규제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도 부담이다. 실제로 개포동 주공1단지와 반포동 한신1차 등 수혜 대상 아파트 단지에서는 매도 문의가 늘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치동 금강공인 안영숙 대표는 “매매시기를 저울질하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최근 부쩍 늘었다”며 “다만 아직까지 시세보다 싸게 내놓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거래제한 조치에 묶여 조합설립을 미루던 잠실주공5단지나 은마아파트 등 주요 재건축 아파트들이 사업추진에 속도를 낼 기폭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