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빛과 그림자

“우리 수출환경이 정말 좋아지고 있습니까. 아직 한국은 외톨이에 불과합니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한국 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수출까지 거꾸러질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수출이 월간 기준 사상최대치를 또 한번 갈아치웠다는 뉴스가 흘러나온 지난 토요일 저녁, 무역 전문가 C부장은 기자와 저녁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수출은 아직 걱정 없다 ` 라는 주변의 흥겨운 이구동성에 배치되는 얘기라서 별다른 주목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우려는 현실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3일 칠레가 수입선을 한국에서 유럽연합(EU)으로 변경, 올 들어서만 1,000만 달러의 수출이 줄었다고 밝혔다. 무역협회도 이날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들과의 교역에 집중하고 있어 한국의 대미 수출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마침 C부장의 말이 생각 나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발 수출을 막고 사람들에게 경고음을 울려줘야 할 때 입니다. 그것이 기자가 할 일 아닙니까.” 그러면 누가 우리의 수출을 막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다소 망설이다가 말을 쏟아냈다. “우리나라 최초의 FTA인 칠레와의 협정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어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보는 눈이 싸늘합니다. 정부간에 합의한 것마저 효력 발생이 안되니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말입니다. 요즘 말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왕따` 일보 직전입니다” 한-칠레 FTA의 국회 비준이 단순히 양국간 교역증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에 한국의 자유무역 의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 될 거라는 얘기다. 국내소비 호조로 6.3%의 경제성장률을 보인 지난해에도 수출이 경제성장에 기여한 비중은 54%에 달했다. 극도의 내수 침체로 2%대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되는 올해, 홀로 분전하고 있는 수출이 우리 경제에서 어떤 역할과 위상을 갖게 될 지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수출 한국의 위상이 빛 바랜 과거로 남길 바라는 국민도 없겠지만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서도 안 된다. 총선을 코 앞에 둔 국회의원들이 정쟁과 표 계산에 몰두하는 동안 한국의 수출경쟁력은 점차 움츠려 들고 있다. 수출 역군들의 타 들어 가는 심정을 여의도의 선량들은 반드시 생각해야만 할 때다. <손철기자(산업부)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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