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극복의 현장:5/기술개발 핸디소프트(경제를 살리자)

◎창업 4년만에 SW 천2백억 일 수출/직원 백60명중 백명이 연구원… 중·미 등도 진출 야심지난해 가을, 일본 동경 근처의 포럼호텔. 안영경사장과 30여명으로 구성된 핸디소프트 「기술특공대」는 거의 탈진상태에 빠졌다. 하루가 멀다하고 밤을 새우고 며칠씩 세수도 못하다 보니 몸은 파김치가 됐다. 그러나 마음만은 뛸 듯이 기뻤다. 적어도 1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소프트웨어개발을 불과 넉달만에 끝내고 일본 최대의 판금업체인 아마다그룹의 광속상거래(CALS) 시스템구축사업을 따냈기 때문이다. 1억5천만달러. 핸디가 아마다그룹의 입찰에서 낙찰받은 금액이다. 이는 지난 95년 국내 소프트웨어 수출액의 7배에 이르는 액수였다. 당시 국내외 언론들은 꼬마가 거인을 때려눕혔다고 대서특필했다. 아마다그룹 계열사인 아마다정보서비스의 나기타니 사장은 『한국 젊은이들의 놀라운 기술력과 밤을 새워서라도 짧은 기간 내에 업무를 완벽하게 처리하는 투지에 감동했다』며 안사장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핸디소프트의 해외진출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핸디소프트는 일본수출을 계기로 중국과 동남아는 물론 조만간 소프트웨어의 본고장인 미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핸디 신화」는 안사장을 중심으로 한 직원들의 기술력과 모험정신으로 가능했다. 핸디소프트는 안사장을 비롯 한국과학기술원 석·박사 출신들이 주축이 돼 지난 92년 설립됐다. 출발부터 기술로 시작했다. 그런 만큼 경비의 대부분은 R&D(연구개발)비용이 차지한다. 핸디는 매년 14억원씩 5년간 70억원을 기술개발에 투자했다. 1백60명의 직원 가운데 연구원이 1백명이나 된다. 「기술 있는 곳에 돈은 몰린다」는 신념 아래 기술개발에 주력해온 안사장의 「기술경영론」은 항상 새 분야에 대한 도전으로 나타난다. 한발 앞서지 않으면 영원히 2등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안사장은 현재는 아무도 쓰지 않지만 미래에는 반드시 필요한 소프트웨어 분야를 찾아 집중 개발했다.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핸디오피스」. 그룹웨어 「핸디오피스」는 94년 세계적인 관심을 끌며 국내 최초로 구축된 광주은행 클라이언트서버 방식의 전산시스템에 핵심 소프트웨어로 공급됐다. 이를 계기로 핸디소프트는 지난해초 야마이치정보시스템, 엡슨사 등 일본 회사에 1억엔어치 가량의 그룹웨어를 처음 수출했다. 92년 창업 당시 6억원에 그쳤던 핸디소프트의 매출은 이같은 기술경영이 성공하면서 올해 4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선진국들이 장악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시장에서 핸디 기술력의 개가는 우리도 얼마든지 기술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한국기술의 승리다. 그러나 안사장은 『세계정상을 정복하기 위해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고 말했다.<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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