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한중 위안화 경제특구] 금융-실물 환류시스템 구축… 위안화 허브 겨냥 5번째 화살

직거래·RQFII 획득·청산체제·위안화 채권 이어
국내銀·중소기업 자본이동 효과 직접 체감 가능
"특구 협정, 한중FTA에 영향 줘선 안돼" 지적도


한중 위안화경제특구는 한국이 위안화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특구를 통해 위안화의 실물과 금융의 '환류 구조'를 구축한다면 홍콩·대만 등 중화권 국가에 뒤지지 않는 역외위안화센터의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위안화경제특구는 지난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으로 합의한 위안화 직거래 체제를 금융통화 분야와 실물경제가 상호 연계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것이다. 앞서 합의한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RQFII) 한도 부여, 청산체제 구축, 위안화 채권 발행 등 네 가지 조치가 우리 금융회사가 중국 자본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확대했다면 위안화경제특구는 기업이 위안화 직거래에 따른 변화를 직접 체감할 수 있다. 위안화 허브의 다섯 번째 화살로 평가하는 연유다. 쑨리젠 상하이 푸단대 경제학원 부원장은 "한국과 위안화 직거래 체제 확대는 무역 등에 한정됐던 한중 경제협력을 금융통화 분야로 확대해 다시 실물경제에 투자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환류 시스템 구축=위안화경제특구는 국내에 쌓이는 위안화를 중국으로 되돌릴 수 있는 최적의 방법 중 하나다. 지난해에만 628억달러에 달하는 대중 무역수지 흑자와 유커(중국 관광객) 유입으로 폭발적으로 흘러들어오는 위안화 등을 직접 대출로 운용할 경우 위안화 활용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 8월 말 현재 위안화 예금잔액은 199억 달러에 이른다. 불과 4개월 만에 2배 증가할 정도로 위안화가 밀려들어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년 500억달러 내외의 위안화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에 앞서 위안화 허브를 추진하는 싱가포르·홍콩·대만 등도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특구 협정을 맺어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4월 중국과 청산결제체제를 구축하는 데 합의하고 10월에는 직거래 시장 개설, RQFII 협약을 체결한 후 올해 6월부터는 중국 쑤저우 공업원구와 싱가포르 간 자본이동 자유화를 시작했다. 홍콩은 2012년부터 첸하이와의 자본이동 자유를 부여 받았다. 대만과는 2012년 12월과 2013년 1월 각각 청산결제체제 구축, RQFII 부여 등에 합의한 데 이어 지난해 8월부터 쿤산~대만 간 자본이동 자유화를 시작했다. 올 1월에는 대만 SC은행이 위안화 예금 4,000만위안을 쿤산에 진출한 대만기업 홍웨이에 직접 대출한 바 있다.

◇중국 진출 기업 파격적 금융지원=협정이 체결되면 우리 은행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고 경제특구 진출 기업은 저리의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정부 구상에 따르면 경제특구 내 대출금리를 중국 정부가 용인하는 범위 내에서 우리 은행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 은행들은 현재 3.1~3.2%로 조달한 위안화 예금을 특구 내 기업들에 5%대에만 빌려줘도 2%포인트의 예대마진을 올릴 수 있다. 원·달러·위안화의 교차환전에 따른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기업들도 중국상업은행 대출금리(6%대)보다 싸고 정책적 성향이 강한 위안화 직접대출을 이용해 조달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첸하이 내 기업은 중국에서 돈을 빌리는 것보다 2%포인트 정도 낮은 금리로 홍콩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고 말했다. 다만 시안·칭다오 등에 위안화경제특구가 지정된다고 해도 금융권을 통한 직접대출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활용도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특구와 FTA의 방정식=정부가 추진하는 위안화경제특구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연내 타결과 얽혀 있다. 우리보다 중국이 연내 FTA 타결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에서 경제특구는 협상 외적으로 얻을 수 있는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위안화 태스크포스(TF) 관계자들은 정치·경제적으로 한중 FTA 연내 타결이 필요한 시 주석이 방한 당시 영국·홍콩·싱가포르 등이 몇 년에 걸쳐 체결한 위안화 인프라 구축을 단 한 번에 체결한 만큼 위안화경제특구가 무리한 요구는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경제특구 협정이 한중 FTA 협상 결과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또 경제특구 협정이 체결됐을 때 실리를 챙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자칫 우리 금융권보다 위안화 업무에 한발 앞선 SC·HSBC 등 국내 진출 외국계 은행이 선수를 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책도 중요하다. 우리와 위안화 허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만은 이미 홍콩보다도 더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양안 간 서비스무역협정을 계기로 막대한 위안화 예금을 중국에 풀어 위안화 역외센터를 확대할 방침이다. 주중 경제공사를 지낸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 관광객이 쇼핑에 위안화로 결제할 정도로 위안화 유입속도가 빠르다"며 "이제는 위안화의 활용방안을 좀 더 현실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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