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9월 26일] 경기회복 불구 금리인상 미룬 FRB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적어도 내년 1ㆍ4분기까지는 현재의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확신하기에는 이르다고 판단한 것이다. 성급하게 출구전략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FRB의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그제 "경기가 심각한 하강국면을 지나 회복하기 시작했지만 고용과 소비가 여전히 부진해 물가상승률도 낮기 때문에 현재 이례적으로 낮은 금리수준을 당분간 유지할 여건"이라고 밝혔다. 경기회복세가 분명해질 때까지는 현행 금리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정책방향을 밝힌 것이다. 이번 FRB 회의는 세계 중앙은행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향후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FRB의 결정으로 일단 글로벌 금리인상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진 셈이다. FRB가 경기회복을 공식 선언하고서도 금리인상 시기를 미룬 것과 달리 우리는 금리인상을 놓고 한국은행과 정부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은은 과잉유동성에 따른 자산버블 등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FRB의 진단대로 지금은 경기회복의 온기가 확산되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한 과제이다.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대출규제와 함께 공급확대 등 미시대책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 전반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금리정책으로 대응할 경우 경기하방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한은 총재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지난 10일 이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2주째 오르는 등 그 파장이 만만치 않다. 섣부른 금리인상은 정부 재정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세계 각국은 지금 어느 나라가 먼저 출구전략을 구사할지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 우리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너무 앞서나갈 필요는 없다. 우리 실정에 맞는 출구전략을 준비했다가 미국 등 선진국이 출구전략을 공식화하면 그때 가서 대응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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