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詩語로 풀어 낸 삶의 단상들

■ 침묵의 자세 (이정화 지음, 종려나무 펴냄)


2004년 '현대시학'에서 망양정(望洋亭) 등 4편의 시가 당선돼 등단한 이정화 시인이 첫 번째 시집 '침묵의 자세'를 펴내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시인의 탁월한 언어 감각과 섬세한 감수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로 결핍과 상처의 근원으로 작동하는 사랑의 이면을 내밀하게 관찰했다는 평. 총 4부로 구성된 시집은 삶의 순간마다 시인이 느낀 일상과 자연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묵은지'라는 제목의 시는 이러한 감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오래 견뎠다 하면 /더 오래된 것들 앞에서 /부끄러워 질라나 /시드럭시드럭 해지는 /날선 이마의 심줄들을 /삭이고 또 삭여 /군내마저 달큼해졌다면… (중략) … /묵은지 한 쌈보다 덜 익었다 /다시 묻었다" 시집 타이틀로 선정된 '침묵의 자세'는 시인 본인이 꼽은 작품으로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는 침묵해야 한다는 말을 너무 일찍 알았다'는 대목이 곱씹어 볼만한 구절. 이번 시집은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을 받아 출간됐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