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전쟁 전자업계 `첨단 기술을 사수하라'

특허출원 강화로 정면대응 '블랙박스' 전략도 등장

잇따른 한.일 PDP 특허분쟁으로 전자업계가 첨단 기술을 사수하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특허 출원을 강화해 분쟁 시비를 차단하고 경쟁사를 제압하려는 정면 대응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경쟁업체의 기술 모방 등을 막기 위한 `블랙박스 전략'도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PDP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일본 후지쓰사로부터 소송을 당했던 삼성SDI[006400]는 최근 특허출원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첨단 기술개발 경쟁의 가속화로 경쟁사들이 두 눈에 불을 켜고 예의주시하는 상황이지만 `선수치기'를 통해 시장 선점과 기술적 우위를 확실히 다지자는 것이다. 삼성SDI의 올 1-9월 국내외 PDP관련 특허출원수는 약 2천건으로 작년 동기의 1천200건에 비해 66.6% 증가했다. 이 회사는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특허를 본격적으로 등록하기 시작한 이래 9월말까지 누계로 PDP 관련 특허 4천500여건을 출원했으며 연말까지 5천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올 초 조직개편을 통해 법무실을 법무팀으로 확대 개편하면서 인원을20명에서 30여명으로 늘렸으며 향후 PDP, OLED, 2차전지 등 경쟁이 치열한 신사업을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슈퍼급' 특허출원을 강화, 적극 관리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1일 자사의 PDP 관련 특허기술에 대한 수입금지 가처분신청이 제기된 LG전자[066570]의 경우도 체계적인 특허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별도특허팀을 조직, 인원을 대거 충원할 방침이다. 특허전쟁을 방불케 하는 현 상황에서 첨단기술 개발에 박차, 특허출원을 늘릴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DTV, 이동통신 단말기 등 첨단제품의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특허 관련인력을 적극 발굴.육성하고 있으며 특허를 제안하는 연구원에게는 보상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외부에서 아웃소싱해오던 특허 사무 전담 변리사를 지난해부터 직접 선발, 운영하고 있으며 올 초 기술총괄을 신설, 표준화 주도, 크로스 라이선스, 전략적 제휴 강화 등 부문별기술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특허전담 인력도 250명으로 2년 전에 비해 50여명 늘어났으며 변리사 시험 준비,미국 특허 변호사 자격증 취득, 미국 특허사무소 인턴십 등 맨파워 강화를 위해 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기술 공개에 따른 동종 업체의 모방을 비롯한 악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위해 아예 특허조차 내지 않고 숨겨두는 `블랙박스 전략'도 등장하고 있다. 삼성SDI는 전반적으로는 특허 출원을 강화하면서도 올해 기존 브라운관보다 두께가 15㎝나 얇아진 32인치 디지털TV(DTV)용 초슬림 브라운관 `빅슬림(Vixlim)'을개발하면서 핵심 기술 일부에 대해 블랙박스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특허 출원으로 인한 로열티 수입보다는 독보적 기술력으로 세계 DTV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세계적 전자부품사인 삼성전기 역시 일부 핵심기술에 대해서는 특허조차 출원하지 않고 고도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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