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새 정부, 물가안정부터
김현상기자 kim0123@sed.co.kr
"국민 여러분 살림살이는 좀 나아지셨습니까."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한 후보가 국민들에게 던진 물음은 많은 서민들의 공감을 얻으며 한때 전국적인 유행어로 떠올랐다. 어찌 보면 이처럼 단순한 질문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그만큼 서민들의 삶이 고단했다는 반증일 수 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도 이 같은 물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경기침체의 그늘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소비자물가마저 대폭 올라 시름을 더하고 있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 2004년 10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식료품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매하는 물품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상승폭이 4.9%나 됐다.
더욱이 내년이 더 문제라고 한다. 곡물가와 유가 상승을 이유로 이달 초 밀가루 값이 오른 것을 시작으로 상당수 식품업체들이 내년 초 제품가격을 줄줄이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총은 348개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차기 정부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중점을 둬야 할 부분으로 '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함께 '물가안정화 정책을 통한 생활안정'을 꼽았다.
유권자들의 물가안정에 대한 기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물가안정을 우선시하는 유권자들의 심리는 한 재미있는 조사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올 초 한 신문이 실시한 역대 대통령 평가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1,000여명의 조사 대상자 가운데 59.3%가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물가를 안정시켜서 좋아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광주민주화운동을 탄압하고 신군부 독재체제를 만든 장본인임에도 살림살이와 직결되는 물가안정에서는 후한 점수를 준 것이다.
이제 대통령 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새로 뽑히는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만났던 재래시장 상인, 택시기사, 공장 직원들을 생각하며 제일 먼저 물가안정에 만전을 기해주기를 바란다. 라면이나 과자 값이 오르기 전에 미리 조금이나마 사두려고 하는 게 지금 서민들의 현주소다.
입력시간 : 2007/12/14 18:06